|2026.03.03 (월)

재경일보

[NBA 마스터]②트래시 토크(Trash Talk)의 달인들

 3월 8일(한국시간), 보스턴 셀틱스와 맞붙은 워싱턴 위저즈의 안드레이 블래치(24)는 경기가 끝난 후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매치업 상대 케빈 가넷(34) 때문이었다. 미 프로농구(NBA)에서 트래시 토크를 가장 많이 하기로 소문난 가넷은 경기 내내 블래치를 괴롭혔고, 선배에게 큰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블래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결국 가넷에게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워싱턴은 83-86으로 졌고 이날 블래치가 기록한 실책은 4개, 파울은 5개였다. 이를 보던 고참들은 "가넷의 심리전에 말렸다"고 입을 모았다.

▲보스턴 셀틱스의 수제자들

이처럼 트래시 토크는 코트의 또 다른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쓸데없는 말'을 의미하는 트래시 토크는 자신을 위한 동기부여 혹은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코트 위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 전·후 인터뷰, 심지어는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1950~1960년대 보스턴 셀틱스 왕조를 이끈 고(故) 레드 아워벅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트래시 토크의 대가였다.

그는 자신의 농구 저서에 트래시 토크를 하나의 전략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파울이 많은 상대 선수 옆에 가서 계속 파울 개수를 말해주기, △상대가 좋은 플레이를 하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극해 무리한 플레이를 유도하기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아워벅 감독의 전략은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 듯 보스턴에는 유명한 트래시 토커가 많다.

래리 버드가 대표적이다. 혹자는 그를 '트래시 토크의 아티스트'라 말할 정도다. 버드는 상대를 약올리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가뜩이나 실력이 좋은 선수니 상대로서는 맥 빠질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척 데일리 감독이 데니스 로드맨을 버드의 수비수로 붙였을 때였다. 버드는 로드맨의 거친 수비에 아랑곳 않고 4골을 연달아 넣고선 큰 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누구한테 날 막으라고 시킨거요? 이러다 내가 60점 넣으면 어쩌려고?"

크리스마스 날 맞붙은 척 퍼슨에게는 "내가 곧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문을 몰랐던 퍼슨은 4쿼터 막판에야 버드의 선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버드는 4쿼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성공시키고는 퍼슨을 바라보며 "선물이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후배들이 버드의 독설에 당했다. 글렌 라이스는 버드에 대해 "심장을 관통하는 트래시 토크"라고 표현했다.

오늘 날 보스턴에서 뛰는 스타들도 그 전통(?)을 물려받은 모습이다. 지난 1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지가 NBA 선수 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고의 트래시 토커는 누구?'라는 설문에서 무려 4명의 선수가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가넷은 무려 62%의 표를 얻으면서 1위를 달렸고, 라시드 월러스(3위)와 폴 피어스(4위), 라존 론도(9위)가 이름을 올렸다.

가넷은 동료가 상대로부터 거친 파울을 당하면 그때부터 입을 풀기 시작한다. 또 젊은 선수들을 상대할 때도 '흔들기'에 돌입한다.

반대로 월러스는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트래시 토크를 한다. "원정에 가면 일방적인 응원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그런 말이 안 들리게 하려면 더 신나게 떠들어야 한다"는 것이 월러스의 설명이다.

한 번은 피닉스 선즈 원정경기에서 아마레 스터드마이어를 상대로 연이어 득점을 올리자 "저 녀석(스터드마이어)은 날 못 막아! 못 막는다고!"라고 떠들어댔다.

▲1990년대의 트래시 토커들

NBA에서 3점슛을 가장 많이 꽂은 레지 밀러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트래시 토커다. 지나치게 자신감 가득찬 말을 자주 해 가끔은 상대 선수와 시비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밀러조차도 피했던 트래시 토커가 한 명 있다. 바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신인이었던 1987년 밀러는 시카고 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멋모르고 조던을 조롱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 밀러의 말에 화가 난 조던은 덕 콜린스 감독에게 자신을 교체하지 말 것을 부탁했고, 그는 전반에만 30득점을 올리며 밀러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한동안 밀러는 조던에게 아무 말도 못 건넸다는 후문이다.

조던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망신을 당한 케이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995년 11월 30일에 시카고와 만났던 밴쿠버 그리즐리스의 데릭 마틴도 그 중 하나였다.

마틴은 그리즐리스가 4쿼터를 리드하자 신이 난 나머지 조던에게 "어째 오늘은 우리가 이길 것 같지?"라고 말을 건넸다. 자극을 받은 조던은 마지막 6분 동안 19득점 원맨쇼를 펼치며 승부를 가볍게 뒤집었다. 그는 마틴에게 "이봐 꼬마, 나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라고 화답했다.

게리 페이튼과 샤킬 오닐도 유명한 트래시 토커들이다.

페이튼은 입에 모터를 단 듯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러면서 정확한 패스와 슛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페이튼은 "적어도 상대에게 부모 욕과 같이 불쾌감을 심어주는 말은 안했다"고 말한다.

오닐의 경우 코트 밖에서 언론을 이용해 상대를 조롱하는 트래시 토커였다. 감독이나 상대선수 이름을 여자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상대 선수들은 오닐의 말에 대해서는 자극을 받기보다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오닐이 한 말이니 흘려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앞서 언급한 버드나 조던, 밀러, 가넷의 예처럼 상대가 혀를 내두르는 트래시 토커 대부분은 승부욕과 자부심이 강한 선수들이다.

때문에 상대가 자신을 낮게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또 반대로 팀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 시절 다혈질로 유명했던 대니 에인지와 스캇 스카일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투표 2위에 올랐던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32)나, 선수들로부터 트래시 토커 인증마크를 받은 케년 마틴(33. 덴버 너기츠), 론 아테스트(31. 보스턴), 길버트 아레나스(28. 워싱턴)도 같은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트래시 토크, 잘못 쓰면 망신

2007~2008시즌,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빅 맨 알 제퍼슨(25)이 보스턴과 맞붙었을 때의 일이다.

늘 그랬듯 가넷은 후배를 기 죽이기 위해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가넷은 "내가 올스타전에 몇 번 나갔는지 알아? 11번이라고 11번~"이라고 떠들어댔다.

제퍼슨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의 말대꾸가 걸작이었다. "그래 봐야 형이나 나나 둘 다 우승 한 번 못한 건 똑같잖아?"

"…."

물론 가넷은 몇 달 뒤 첫 우승을 했지만, 당시만 해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었다.

이처럼 때로는 트래시 토크를 잘 못 날렸다가 복수(?)를 당할 때도 있다.

브라이언트의 경우, 얼마 전 덴버의 J.R 스미스(25)가 날린 트래시 토크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스미스는 트위터에 "코비는 훌륭한 선수이나, 나와 맞붙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글을 남겼는데 브라이언트는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레이커스는 시즌 전적에서 1승 2패로 덴버에 열세다. 다음 맞대결은 4월 8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과연 브라이언트가 스미스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트래시 토크를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많다.

파우 가솔(30)과 라마 오돔(31. 이상 레이커스), 스테픈 잭슨(32. 샬럿 밥캣츠)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특히 잭슨은 피어스의 트래시 토크에 화가 난 나머지 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아워벅 감독은 "트래시 토크는 분명 작전이다. 그러나 그것이 승리를 위한 트릭이 될 지, 비열한 트릭이 될 지는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농구경기의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트래시 토크. 지킬 것은 지켜가며 쓴다면 코트 위 경쟁은 더 즐거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쏟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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