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극 ‘대학살의 신’ 인간 내면을 깊이 조명해[인터뷰]

소통의 부재로 일어나는 사건들,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 선사할 것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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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온갖 신들로 가득 찬 세상임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사랑의 신, 연애의 신, 재물의 신, 미움의 신, 화해의 신 등등. 어찌 보면 이 말들은 우리 가운데 그렇게 낯선 표현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살의 신은 들어보았는가?

대학살이라고 하면 흉기가 번뜩거리고 피가 낭자한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과반수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학살이 아닌 혀로 하는 '살인' 이야기다.

다음 달 6일부터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대학살의 신>이 한태숙의 연출로 국내 첫 공연된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2009년 토니상(Tony Awards)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2009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코미디 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휩쓴 화제의 연극이다.

공연에 앞서 <대학살의 신> 출연자들의 연습실을 찾아가 주인공인 박지일, 오지혜, 김세동, 서주희를 만나보았다.

아직 연습 시간과는 한 시간 정도 넉넉히 남았지만 배우들은 대본을 외우거나 자신의 대사를 연습하는 등 여유 있지만 진지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어깨나 허리에 찜질 주머니를 달고 있다는 것.

연습이 많이 고되고 힘든 것 같았지만 이에 대해 오지혜는 "국내 초연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라며 "하지만, 이 작품이 2차, 3차 공연을 쭉 이어갈 거고 그때면 다른 배우들이 우리한테 분명히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두 남자 아이 브루노와 페르디낭의 싸움으로 시작된 두 집안 부모들의 모임. 미셸(김세동)과 베로니카(오지혜)는 자기 아들의 치아를 부러뜨린 아이의 부모인 알렝(박지일)과 아네트(서주희)를 집으로 초대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의논하려 한다. 어떻게 든 일을 잘 풀어보고자 모인 이들이지만, 갈수록 이들의 대화는 사회와, 교육 등등 외곬으로 빠지고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진 것은 물론, 가정 파탄의 위기까지 이르는데...

극 중 맡은 배역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알렝 역의 박지일은 "알렝은 빈정대는 말투로 사람을 짜증 나게 하며 내부보다는 외부 소통에 더 신경 쓰는 인물로 베로니카와 가장 많은 갈등과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아네트 역 서주희는 "아네트는 좀 엉뚱한 면이 있고 극 초반에는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장 극적인 반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동은 "미셸은 마누라 비위를 맞춰주는 소심하고 어찌 보면 좋은 사람 같지만 반대로 더 쉽게 폭발하는 성격"이라며 "허위와 가식으로 꾸며진 모습이 때로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오지혜는 "남편은 '베로니카가 바로 당신'이라고 할 정도로 나와 극중 인물이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사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크게 상처 낼 때 있다"고 밝혔다.

연습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김세동은 "나와 미셸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가장 힘든 부분 역시 나를 버리는 부분이었다"며 "비슷하다고 내가 미셸인 것은 아니다. 오직 나를 완전히 버렸을 때에야만이 진정한 미셸을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이 연극을 통해 무엇을 얻고 가길 원하는지를 묻자 서주희는 "우리 공연은 유쾌하고 통쾌한 연극이다. 관객들이 와서 실컷 웃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오지혜 또한 "맞다. 살면서 누군가와 갈등이 있다거나 밉거나 욕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대신 무대 위에서 실컷 욕할 테니 와서 통쾌하게 웃다가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좀 더 자신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박지일은 "소통의 부재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거다. 이 연극을 보면서 관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너'의 이야기가 아닌, 그렇다고 '그'의 이야기도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삶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 <대학살의 신>은 오는 4월 6일부터 5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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