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고]강남불패 과신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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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비싼 강남 아파트는 누가 살까? 서울의 보통 사람들이 묻는 궁즘증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서 자녀들 학원비, 식료품비 등 생활비 대기도 벅찬 샐러리맨들이 절대 다수인데 1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를 누가 사느냐는 물음이다.

일부에선 강남이 갖고 있는 편의시설(amenity), 우수한 학군, 삼성타운을 비롯한 테헤란로 오피스타운의 풍부한 배후 주거수요 등 다양한 요인을 꼽는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만약 주거가치가 우수한 지역이라면 매매가격 못지않게 전세가격도 함께 올라야 한다.

그런데 강남지역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30% 대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매매가격 급등에도 전세가격이 뒤따라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강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미래의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큰 시장구조로 볼 수 있다.

사실 강남 아파트는 전국 사람이 투자를 하는 ‘전국구 아파트’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과 자이의 외지인(서울 지역 밖 거주자) 비율은 전체의 26~28%에 이른다. 이런 비거주자 수요(demand by non-residents)들이 결과적으로 시장의 불안정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사료된다.

이 수요들은 당장 거주할 수요라기보다는 자본이득을 염두에 둔 투기적 수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초과 수요의 크기가 결정한다.

유럽 스페인이나 프랑스도 1990년대 말부터 2005년까지 이런 비거주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2008년 5.53%, 2009년 6.42% 각각 하락하면서 주택가격이 200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투기적 수요가 많을수록 시장은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출렁일 수 있다는 반증이다.

양도세 혜택으로 상경투자 붐이 불고 있는 것도 강남 아파트의 투기적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2009년 1월부터 1가구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확대로 지방 거주자들의 상경투자가 적지 않았다.

3년 이상 보유하면 연 8%씩 최대 80%(10년 이상 보유할 경우)까지 공제가 가능해지면서 과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최대 30%)보다 유리해진 것이다.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집 테크’ 기회가 많지 않았던 지방 거주자들에겐 세제 혜택 확대로 상경투자의 매력이 더 커진 것이다.

이왕 주택을 살 바에야 광주에서 집을 사지 않고 서울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인 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2009년 전 고점을 뚫을 정도로 강한 시세분출을 한 강남 아파트의 과열에는 이 같은 토지보상금이 한 몫 거들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자금을 받은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굳이 주변에 농사지을 땅을 사지 않고 강남아파트를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본질적으로 투기성자금 성격을 띤다. 일부는 곧바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겠지만 시장이 불확실할 때에는 대기성 자금으로 남게 된다.

대기성 자금은 시장이 침체될 때에는 바짝 움츠려 있다. 시장이 활황세를 띨 때 부동산으로 대거 몰려들어 과열의 주요 원인이 된다. 토지보상금은 주로 활황기에 불에 기름을 끼얹는 정도의 강한 폭발성을 지닌다는 얘기다.

또 ‘소황제’를 위한 과도한 부의 대물림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살 때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부모들이 적게는 수 천 만원, 많게는 수 억원이나 되는 돈을 편법 증여의 방법으로 지원해준다. 그래서 “편법 증여만 제대로 단속해도 강남 집값이 잡힌다”, “강남 아파트를 월급 받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간첩이다”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돌 정도다.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강남의 집을 살 수 없지만 부모의 지원을 받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부모의 음성적인 자금지원은 구매력을 갖추지 않은 젊은층들이 강남 진입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자금을 가진 부유층들의 ‘부의 대물림’이 강남 아파트 주택시장의 부풀림을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일반 샐러리맨들에게 강남은 ‘빗장 도시’(Gated city)다. 즉 집값도 비싸고 학력 수준이 높아 바깥에서 새로 이주해 들어오기 어려운 도시다. 이 빗장도시에 진입할 때에는 대체적으로 금융이라는 지렛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금융이자는 돈을 빌린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이자가 비쌀 때에는 레버리지 비용 부담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자가 싸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매달 내는 이자부담이 낮아지면 다소 무리한 도전을 시도하게 된다. 수억원 씩 대출을 내서 강남 아파트를 매입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무리하게 강남 진입장벽을 넘으려는 것이다.

서울시 내 990개나 되는 재개발ㆍ뉴타운, 재건축의 정비구역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을 버티게 하는 요인이다. 재개발 등으로 살던 집을 철거하면 새로운 이주수요가 생긴다. 이런 수요는 고정수요가 아닌 임시수요 성격을 띠지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강북의 재개발 철거이주 수요는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소형은 상관관계가 있다. 결국 재개발 철거 이주는 수요의 부풀림 현상을 만들어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에 병목현상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외지인의 자본이득 수요, 지방의 상경투자 수요, 토지보상금 유입, 과도한 부의 대물림, 저금리를 이용한 무리한 레버리지 극대화 수요, 서울의 뉴타운, 재개발 이주 수요를 포함)이 서로 맞물리면서 강남 아파트 버블가격을 유지시켜주고 있지만 그 토대가 튼실하지 못한 것 같다.

학군 수요나 직주 근접형 수요도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지역과는 달리 투기적 수요에 의해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쇼크가 오면 시장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강남 내부에서도 ‘강남의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지역보다는 비 중심지역, 일반아파트보다는 재건축아파트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요즘 강남권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하락하는 지역과 아파트를 보면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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