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허정무호 마지막 옥석가리기, 출혈이 컸다

옥석가리기를 위한 경기였지만, 출혈이 컸다.

허정무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82위의 벨라루스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허 감독은 6월 1일 23명의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벨라루스전을 통해 마지막 옥석가리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허 감독의 의지대로 선발명단에는 이근호(25. 주빌로 이와타), 신형민(24. 포항), 김동진(28. 울산), 조용형(27. 제주) 등이 포진했다.

골키퍼 자리에도 지난 두 경기에서 결장했던 이운재(37. 수원)가 장갑을 끼었다.

그러나 이들 중 허 감독의 낙점을 받을만한 활약을 펼친 이는 없었다.

이근호는 벨라루스의 장신 수비숲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신형민은 패스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상대에게 찬스를 허용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김동진과 조용형은 수비라인에서 힘을 앞세운 벨라루스 공격진을 상대했으나, 공중 제공권을 쉽게 잡아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공격과 허리, 수비 등 각 부분별로 위치한 이들의 부진은 대표팀 전체의 전력 저하로 이어졌다.

벨라루스의 압박과 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측면에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와 크로스로 공격을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에 나선 김남일(33. 톰 톰스크), 안정환(34. 다롄스더)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승패를 떠나 팀 전력을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던 허 감독이 얼굴을 찡그릴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곽태휘(29. 교토 상가)의 부상이다.

곽태휘는 전반 31분 벨라루스 공격수 비탈리 로디오노프의 발에 왼쪽 무릎을 채이며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곧바로 이정수(30. 교토 상가)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뒤 정밀진단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에콰도르, 일본전을 통해 주전 가능성을 높였던 곽태휘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이정수와 짝을 이룬 주전 중앙수비수로 꼽혀왔다.

그러나 곽태휘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망돼, 최악의 경우 본선행이 좌절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허 감독으로서는 전술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박주영(25. AS모나코)이 벨라루스전에서 상승세를 드러낸 것이다.

박주영은 전반전에 벨라루스 수비진을 헤집으며 공간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또한 중앙에서 이어지는 스루패스에 수비 뒷공간 침투를 펼치며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벨라루스전을 치르기 전 펼쳤던 마지막 훈련에서 보여줬던 감각적인 프리킥 감각을 뽐내며 본선 출전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박주영 외에도 후반 교체출전한 염기훈(27. 수원)도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다.

벨라루스전 패배는 허정무호가 남아공 입성에 앞서 현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베스트11이 나선 경기는 아니지만, 한 수 아래의 상대로 여겨진 벨라루스에게 공수 양면에 걸쳐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명히 보완해야할 점이다.

공격 전술 다양화 및 파워 넘치는 상대 공격수를 방어할 제공권 장악능력, 잠시 실종된 압박능력을 되살리는 것이 과제로 평가된다.

벨라루스전 패배로 인해 오는 6월 4일 인스부르크의 티볼리 노이에서 가질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하지만, 벨라루스전이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일본을 연달아 꺾으며 최고조에 올랐던 팀 분위기를 잠시 누그러뜨리고 본선에 앞서 선수들이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허정무호가 과연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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