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특별기고]이제는 시티즌 오블리주의 시대이다

역사를 통털어 천 년의 번영을 누린 나라는 드물다. 서양문화의 뿌리가 된 로마와 동양에서는 신라가 있을 뿐이다. 이 두 나라가 천년을 이어간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귀족 또는 지배층의 국가와 사회를 위한 책무 이행이다.

로마의 귀족들은 국가방위에 앞장서는 것을 신성한 의무로 여겼다. 신라의 귀족들은 어린 시절부터 화랑도를 통해 국가를 위한 책무를 몸에 익혔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귀족이나 지배층의 이러한 국가를 위한 의무로써의 솔선수범이 일반 무지렁이 백성의 애국심과 사회에 대한 귀속감을 유도하면서 국민통합을 가능케 했다.

지금도 군주제가 온존하고 귀족의 전통이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당연시되고 있다. 영국의 왕자가 전시에 가장 위험한 전선을 골라서 참전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시민혁명이후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시민 권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따라서 신분제 사회에서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당연시되었다면, 국민주권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모두의 사회적 책무 이행, 즉 시티즌 오블리주가 문화로 확립되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에도 신분적 지배층은 아니라 하더라도 권력과 부(富)를 더 가진 자가 있고, 이들 사회 지도층은 다른 사람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책무의 이행을 더 강하게 요청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책무 이행이 일반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시티즌 오블리주를 사회문화로 뿌리내리게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에너지가 국가의 융성을 위해 결집되고, 사회는 안정된다.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책무를 솔선수범한 훌륭한 지도층 인사가 많다. 그러나 왕왕 지도층의 부패와 병역 기피 등이 문제가 되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일반 국민의 시티즌 오블리주 문화 정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따라서 시티즌 오블리주를 위해서도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립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도층의 병역, 납세, 청렴 의무 등 국가를 위한 기본적 의무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고,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위한 의식개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시티즌 오블리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나눔의 문화이다. 우리 국민들도 외환위기 등과 같은 국가재난시에는 세계가 경탄할 정도로 고통분담에 동참하지만, 선진국처럼 나눔이 생활화되어 있지는 못하다.

나눔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나눔에 대한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나눔이 몸에 베이도록 하는 나눔 교육이 교육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전적 기부 뿐 아니라 각자의 재능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나누는 국민행복나누기운동이 활성화 돼야한다.

결국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질 때 사회는 안정되고 국력은 나날이 뻗어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글ㅣ이 원덕(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위원장,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