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통털어 천 년의 번영을 누린 나라는 드물다. 서양문화의 뿌리가 된 로마와 동양에서는 신라가 있을 뿐이다. 이 두 나라가 천년을 이어간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귀족 또는 지배층의 국가와 사회를 위한 책무 이행이다.
로마의 귀족들은 국가방위에 앞장서는 것을 신성한 의무로 여겼다. 신라의 귀족들은 어린 시절부터 화랑도를 통해 국가를 위한 책무를 몸에 익혔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귀족이나 지배층의 이러한 국가를 위한 의무로써의 솔선수범이 일반 무지렁이 백성의 애국심과 사회에 대한 귀속감을 유도하면서 국민통합을 가능케 했다.
지금도 군주제가 온존하고 귀족의 전통이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당연시되고 있다. 영국의 왕자가 전시에 가장 위험한 전선을 골라서 참전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시민혁명이후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시민 권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따라서 신분제 사회에서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당연시되었다면, 국민주권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모두의 사회적 책무 이행, 즉 시티즌 오블리주가 문화로 확립되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에도 신분적 지배층은 아니라 하더라도 권력과 부(富)를 더 가진 자가 있고, 이들 사회 지도층은 다른 사람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책무의 이행을 더 강하게 요청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책무 이행이 일반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시티즌 오블리주를 사회문화로 뿌리내리게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에너지가 국가의 융성을 위해 결집되고, 사회는 안정된다.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책무를 솔선수범한 훌륭한 지도층 인사가 많다. 그러나 왕왕 지도층의 부패와 병역 기피 등이 문제가 되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일반 국민의 시티즌 오블리주 문화 정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따라서 시티즌 오블리주를 위해서도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립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도층의 병역, 납세, 청렴 의무 등 국가를 위한 기본적 의무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필요한 제도를 보완하고,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위한 의식개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시티즌 오블리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나눔의 문화이다. 우리 국민들도 외환위기 등과 같은 국가재난시에는 세계가 경탄할 정도로 고통분담에 동참하지만, 선진국처럼 나눔이 생활화되어 있지는 못하다.
나눔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나눔에 대한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나눔이 몸에 베이도록 하는 나눔 교육이 교육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전적 기부 뿐 아니라 각자의 재능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나누는 국민행복나누기운동이 활성화 돼야한다.
결국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질 때 사회는 안정되고 국력은 나날이 뻗어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글ㅣ이 원덕(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위원장,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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