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명동에서 '침대녀'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침대 하나 달랑 놓고 그 위에 공주 같은 여성이 누군가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입니다. 일명 ‘명동 침대녀’로 이름 붙여진 이 여성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프러포즈 해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입니다. 유명한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입니다.
동화에서는 백마를 탄 왕자의 키스를 받은 공주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마침내 결혼까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침대녀의 머리맡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의 왕자님은 오지 않습니다'.
이날 명동 거리는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기온은 30도를 웃돌았습니다. 침대 바로 앞에선 한 대기업 월드컵 마케팅 행사 일환으로 굉음의 음악에 맞춰 길거리댄스가 한창이었고 그 옆에선 종교의 전도방송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명동 거리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반면 침대녀는 쳐다보는 시민들이 무색하리만큼 무표정하게 앉아서 하염없이 뭔가를 기다리기만 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과 외국 관광객의 시선은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활기찬 거리 한가운데 마치 시계가 멈춘 듯 앉아 있는 침대녀에게 꽂히는 다양한 시선을 헤아려 봤습니다.
대부분 시민은 '뭐하는 거지?', '광고 찍나?'란 반응이었습니다. 일본·중국 관광객들은 신기하다는 듯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고 일부는 침대녀 옆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침대녀의 의미는 단지 관광상품 중 하나일 겁니다.
명동 침대녀는 만혼·비혼사회 메시지를 담은 공익 퍼포먼스입니다. 머리맡에 팻말 하나 달랑 놓고 특별한 설명은 없습니다. 억지 설명보다 팻말에 적힌 슬로건이 저절로 이해되도록 한 것입니다.
결혼을 늦추는 만혼과 아예 포기해버리는 비혼이 우리 사회에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 인구 재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만혼·비혼은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침대녀는 자신의 외모와 스펙만 믿고 결혼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 없이 짝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짝을 만나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침대녀에게 시선을 던지고 지나갑니다. 침대녀는 눈으로 그들에게 너무 늦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과연 침대녀의 메시지는 그들 중 몇 명에게 전달됐을까요. 그녀의 작은 퍼포먼스가 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 됐을까요.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합니다. 침대녀 퍼포먼스가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녀의 작은 눈빛에 담긴 메시지와 가녀린 몸짓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넘실대며 이 사회를 변화시킬 때가 있을 것입니다.
글ㅣ선우용여 레드힐스 대표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