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부자도시’로 꼽혔던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12일 우리나라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 파문을 일으킨 지 일주일을 맞았다. 전임 집행부가 무리한 사업과 불필요한 일에 편법으로 쓴 판교특별회계의 5200억원을 LH공사 등에 당장 갚을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지자체가 경제공황 같은 긴급사태 때만 언급할 수 있는 ‘모라토리엄’ 선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나아가 채권시장에도 국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공사채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생겼다.
급기야 정부는 국무총리가 나서 진화에 나섰다. 정운찬 총리는 다음날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 행정처분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각 부처는 지자체와 소통을 강화해 지방행정의 합리적 운영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6일 ‘성남시 지급유예선언과 지방재정의 건전화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지방재정 일부를 지방채 원리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전시성 사업의 확대를 억제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록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을 보였지만 다행이다. 이런 방안이 체계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될 지 미지수다. 그동안 큰 소리를 내다 결국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난 위기에 미봉책으로 일관해온 정부와 사회에 경고등을 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성남시가 관련기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매머드급 폭탄’ 선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가져왔다.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는 “성남시가 모든 돈을 한꺼번에 정산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기관과 사진 협의 없이 사실을 부풀려 발표해 주민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고 성남시의 성급함을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시장이 전직 한나라당 출신 시장의 ‘실정’을 부각하고 본인이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는데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요지다.
만약 정치적 의도가 맞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야당의 지원으로 당선된 다른 지자체도 성남시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공동전선을 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동지방정부’ 구상까지 언급하고 있는 마당에 지방재정 문제는 자칫 이명박 정권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과 관련기관, 성남시에게 묻고 싶다. 과연 시민의 편에 서서 생각해 보았는지. 성남시민들은 시청 게시판을 통해 ‘우리가 파산한 도시에 사는 것이냐’, ‘시민의 자존심과 도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것은 새우라고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싸움으로 서민들 눈에서 피눈물 흘리는 일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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