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경웅의 세상보기]다문화 사회, 한국에 던져진 ‘옐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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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방영된 TV속의 한 장면. 몽골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온 두 딸과 부모가 주역이다. 두 며느리들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방송국이 주선해서 꿈에 그리던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늙은 부모는 외손자, 손녀들과 어울리면서 달콤한 나날에 어쩔 줄 모르는 듯 했다.

이윽고, 이별을 고하는 날.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보게 될 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에 연로한 아버지가 이르기를, “초원에 있는 꽃처럼 활짝 잘 살아라” 아버지는 굵고 주름 잡힌 손을 내밀면서 덕담하듯 이별사를 했다. 그러자 두 딸들은 그렁그렁한 눈이지만 애써 웃음 지으며, “넓고 큰 목소리로 그리워해요”라고 화답했다.

그 어떤 방송작가가 이런 대사를 써낼 수 있을까. 몽골의 당사자들은 그저 자신이 살아온 그대로 말을 주고받았을 터였다. 몽골의 드넓은 대평원과 어우러진 이 기막힌 말들은 오래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대화내용은 잘 어울렸으나, 어찌 보면 낯설기까지 했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선남선녀들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 역시 세인들의 화제를 모은 지 오래다. 출연자들은 자기 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밑바탕에 깔면서도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잘도 풀어낸다. 남의 거울로 나를 알아보는 격이다.

어떤 출연자는 어눌한 표정과 서툰 한국어지만 화제의 정곡을 찔러서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다른 이는 구수한 사투리마저 유창하게 구사해서 반가움과 함께 재미를 더한다. 사람의 말은 과연 한 사회를 그려내는 도화지이면서도 그 사회가 겪어온 역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라 할 만하다.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인과 한국사회, 우리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우리 땅에 사는 외국인들이 120만을 넘었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이 결혼해서 다(多)문화 가정을 꾸린 것도 4만 여건, 18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대략, 한국의 전체결혼 건수와 견줘보면 10쌍 중 1쌍 이상 꼴이라고 한다.

특히 농어촌의 남성 중 40% 이상이 외국인 신부를 맞아 들여서 어느 고장에서는 한 집 건너 외국인 엄마들로 붐빈다는 것이다. 중국인 며느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베트남 며느리 순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역시 다문화 가정, 다민족 사회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정부는 매년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지정해서 3년 째 국가기념일로 심고 있다.

우리 사회도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하자는 취지이다. 여성가족부는 80여 개에 달하는 ‘결혼 이민자가족 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결혼 이민자 관련 단체와 기관 500여 개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한글교육, 한국 문화 체험, 부부 캠프, 고충 나누기,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전국 26개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했다. “단일민족 강조는 다른 인종과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같은 영토에서 함께 살며 이해와 관용, 우의를 증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말은 점잖지만 단일민족의 배타적 이미지를 넘어서라는 ‘옐로카드’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우리 것’만 집착해서 남을 업신여기면, 남도 우리를 그리 대할 수 있다. 중국의 조선족, 동남아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서는 대개 좋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베트남 신부가 결혼 일주일 만에 맞아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베트남 며느리 동료들은 “깡패사업인 결혼중개업을 (한국)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고 피켓을 들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비영리 국제결혼 중개기관 설립 등 대책을 내놨으나, 고개를 들기 힘든 현실이다.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수출대국이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이름을 떨치면 다인가. 특정 외국인에 대한 범죄 하나로도 팽창하던 한류는 물거품처럼 사그라질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나라의 격(格)을 생각하면서 다문화 가정, 다민족 사회를 사는 기본을 엄숙히 가다듬을 때이다.

글ㅣ김경웅(논설위원,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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