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유엔 성명보다 수위 떨어진 ARF성명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7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채택된 의장성명의 천안함 사건 관련 조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다.

아세안 국가들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을 지지하도록 유도한 것은 분명 외교적 성과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의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못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보다도 후퇴했다고 본다.

ARF 의장성명은 8항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천안함 침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인명손실에 애도를 표한다', '모든 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명시하지 못했고 천안함이 '공격(attack)'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갔으나 '규탄한다(condemn)'는 말은 제외됐다.

정부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당시 '공격'과 '규탄'이 모두 들어갔고, 전체 문맥을 볼 때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들어 유엔에서의 천안함 외교를 성공적으로 평가했었다.

이에 비해 ARF의장성명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지지'가 포함됐을 뿐 문맥과 표현을 볼 때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보다 수위가 낮아졌다.

천안함 공격을 8항의 '깊이 우려(deep concern)'한다는 부분도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의 '개탄한다(deplore)'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도 아세안 국가들의 장관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지지'와 '유엔안보리 결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당사자들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고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까지 6자회담 재개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ARF의장성명이 앞서 나온 유엔안보리 의장성명보다 수위가 낮은 것은 의장국인 베트남이 남과 북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베트남이 등거리 외교를 구사할 경우 베트남과 가까운 아세안 지역 중·소 국가들은 베트남의 정치적 스탠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ARF의장성명에 처음부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남북이 조사 결과까지 나온 천안함 문제를 놓고 또 다시 팽팽히 맞서고 의장성명에 북한의 입장이 또 반영된 것을 볼 때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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