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5>-스와질란드의 섬머필드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섬머필드 식물원.
섬머필드 식물원.

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조그만 왕국(王國)인 스와질란드(Swaziland)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남한의 1/6정도이고 인구는 100만명(주로 스와지 종족)이 조금 넘는다. 국토의 서,남,북 국경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접하고 있어 마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포위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동쪽은 모잠빅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이 나라는 내륙국이다.


필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한네스버그에서 소형 버스를 타고 계속 동쪽으로 4시간 30분을 달려서 국경마을 오쇼엑(Oshoek)에 도착하였다. 이곳 국경 검문소에서 출국수속을 한 뒤, 마주 보고 있는 스와질란드 검문소에서 입국 수속을 하고 이 나라에 입국하였다. 양국의 출입국 수속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경을 넘어 스와질란드 영내로 들어오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경근처에서 보이던 유칼립투스 조림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대신 울창한 천연림만 보인다. 차는 동남쪽으로 30분을 더 달려서 수도 음바바네(Mbabane)에 도착하였다.

 

스와질란드는 20세기초에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호전적인 종족으로 이름난 줄루(Zulu)족과 네덜란드 후손들로부터 자기들의 영토를 보존하기 위하여 1906년에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 그리고 1968년에는 왕국으로서 독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나라는 다이아몬드 등 광물도 있지만 소량이므로 산업으로는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사탕수수, 옥수수 등 농산물과 목재 가공(주로 제재목)이 주요 산업이다.


음바바네에서 동남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지니(Manzini)가 있는데 가장 큰 도시이라지만 인구는 8만명에 불과하다. 스와질란드는 가로 120km, 세로 170km 정도의 약간 둥근 모양의 국토를 가졌는바 만지니는 지리적으로  이 나라의 거의 중심 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제 공항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7km 떨어진 시골 한가운데에는 이 나라에서 유일한 섬머필드(Summerfield)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2006년에 세워진 이 식물원은 개인 소유로서 재무부 장관을 세 번이나 역임한 칼미차엘(John Carmichael)씨가 이곳에 있는 개인 소유 토지에 식물원을 만들었다.


간선 도로에서 약 1km 정도 좁은 비포장 시골길을 따라 걸어서 들어가는데, 한적한 시골이라서 그러는지 오고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참 걸어가다가 굽은 길의 모퉁이를 도는데 바로 앞에서, 붉은 바탕의 천을 몸에 두르고  있는, 스와질란드 전통 복장을 한 남자 주민 한 명이 나타난다.

 

그는 한 손에 창을 들었는데 필자를 보고 놀라고 필자 역시 아무도 없는 길에서 창을 든 주민을 만나서 놀랐다. 순간적으로 필자가 미소를 지어주자 그도 미소로 응답하였다. 내친김에  필자는 그에게 식물원 입구 위치를 물어보자 그는 친절하게 식물원 입구를 긴 창으로 가리켜 준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길에는, 양쪽에 카수아리나(Casuarinaceae Casuarina spp.) 나무가 수양버들처럼 바람에 가지를 흩날리고 있다. 25만㎡(약 7만5천평)에 달하는 식물원의 한가운데는 주위를 흐르는 개울물을 끌여 들여서 꽤 큰 연못도 만들어 놓고 이 연못을 중심으로 하여 많은 나무와 관목, 꽃을 심어놓았다. 인도에서 가져온 자카란다(Jacaranda)를 포함하여 사이케드(Cycad;소철류), 망고, 야자나무, 버드나무 등이 주위의 각종 꽃들과 어울려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식물원 연못 주위에는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주 고품격의 식당도 있고, 잠을 잘 수 있는 방도 몇 개 있다. 큰 얼룩말 한 마리로 만든 양탄자를 바닥에 깔아놓은 식당 내부는 유럽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식물원 안에 있는 식당과 침실은 아프리카를 보다 격조 높게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원을 돌아보고 나올 때 보니 기존 식물원 옆에 있는 녹지에 인부들이 나무 묘목을 옮겨와서 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식물원은 계속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식물원의 위치가 너무 시골에 있어 일반인이 방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단 식물원에 들어와 보면 연못 근처에 있는 식당과 숙소가 너무 고급이므로 일반인이 쉽게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나라에는 이 식물원이 유일한 식물원으로서, 소문만 들었을 뿐, 여태까지 이곳을  방문하지 못한 현지인들조차도 스와질란드에 이런 식물원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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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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