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문가 칼럼]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세 가지 오해

이미지

낮은 신용과 담보능력을 이유로 제도권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지 못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담보 없이 대출하는 미소금융사업이 작년 12월부터 전개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중반 남미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의 한국적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오해에 기반해 지나치게 열광하거나 비관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제 막 출발하는 미소금융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미소금융사업을 통해 ‘서민금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서민의 대출 수요인 소비성 자금과 사업자금 중 미소금융의 대상은 후자다. 특히 신용이 취약하고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계층에 대한 사업자금공급이 목적이다. 미소금융사업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거론되는 서민금융 문제의 극히 일부다.

서민금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소금융사업 확대뿐 아니라 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전통적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제고, 대부업 시장의 경쟁 촉진, 불법 사채업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소금융사업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기대는 미소금융사업자나 정책 당국으로 하여금 사업의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관리가 불가능한 영역까지 자금을 공급해 대규모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미소금융사업은 복지 정책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대출된 자금의 상환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상환의지와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심사에서 활용하는 신용평가모형의 한계 때문에 사업자금을 얻지 못하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주는 것이 마이크로크레딧의 근본 전제다.

경우에 따라 시장보다 낮은 이자율이 부과되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의 이자가 반드시 부과된다. 미소금융사업으로 제공되는 자금은 무상으로 배분되는 복지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크레딧이 저소득ㆍ저신용 계층에 대한 시혜나 지원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어 미소금융사업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미소금융사업자나 정책당국이 ‘지원실적’으로 발표하는 자금공급의 규모를 ‘대출실적’으로 바로잡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영세자영업시장에 또 하나의 영세자영업자를 진출시키는 것이 사회적으로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소금융사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딧은 영세자영업 창업이나 운영개선을 추구하는 자에게 자금 대출만이 아닌 사업 성공을 위한 회계, 마케팅, 재무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미소금융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영세자영업자는 기존 영세자영업자에 비해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들이 사업에 성공해 영세자영업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 만성적인 저생산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영세 자영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ㅣ 박창균 교수(중앙대학교 경영대학)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