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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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웅의 세상보기] 대통령의 ‘통일 패러다임 전환’,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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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통일문제에 대해 모처럼 큰 화두를 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제 통일세(稅) 등 현실적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 각계에서 이 문제를 폭넓게 논의해 달라는 제안”도 함께 내놓았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또한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 행동원칙’이 천명됐다.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통일 비전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로서 평가할 만하다.

 우선,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헌법상 ‘평화통일의 사명과 지향’ 조항(전문 및 제4조), 그리고 대통령 취임선서인 ‘평화적 통일 노력’ 의무조항(제69조)을 이행한다는 점에서 마땅한 일이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서 인식과 발상의 전환, 현실적 접근자세를 천명한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또한 분단 관리를 뛰어넘어서 적극적인 통일 관리로 정책방향을 바꾸겠다고 한 점도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국민과 언론에 알려진 것은 ‘비핵 개방 3000’ 선거공약과 정부의 ‘상생공영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만큼 광복절 경축사는 통일논의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거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북한은 일체의 ‘남북·통일 논의를 거부’하는 강한 반발을 해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 일변도로 진행되어 왔다는 현실에서도 이번 경축사의 ‘통일 패러다임 전환’은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MB 통일 이니셔티브’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이런 점에서 광복절 경축사는 ‘MB 통일 이니셔티브’라고 이름 지으면 어떨까 한다. 국내외 언론도 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각계의 반응을 면밀히 보도하고 있다.

 대체로 “적극적,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시각과 “시기상조, 북한자극” 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과 미국 언론들은 “북한 긴급사태 대비용”이라는 시각으로 보도를 했다. 어쨌든 MB 통일 이니셔티브는 이제 시작단계이므로 우리에게 풀어야할 큰 숙제를 안긴 셈이 되었다.

첫째는 명칭과 내용의 문제이다. 통일 세금이라는 이름은 왠지 부담감과 법적 의무성이 짙어 보인다. 국제사회의 동참과 지원을 위해서라도 ‘통일기금’이라는 명칭이 좋지 않을까. 독일의 경우도 ‘통일연대부담금’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통일 독일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7.5%를 부과했었다. 이 부담금 외에는 기채방식이나 사회보험료 인상, 각종 유휴기금의 활용, 텔레콤·공공은행을 민영화해서 생긴 수익금 사용, 정부·공공기관 예산 절감 등으로 재원을 충당했다.

독일 사례에서 주요한 것은 유럽 평의회의 의결로 정한 ‘아젠다 2000’에 따라 매년 28억 5천만 유로(약 4조 3천억원)를 지원받아서 통일 비용의 부담을 덜었다는 사실이다. MB 통일 이니셔티브를 이행하자면, 정부가 채워야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민합의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모을 수 있는 내공이 절실하다.

◆ 국민과 역사는 준비된 통일을 요구

둘째는 발표시기의 문제이다. 독일 통일은 통찰력 있는 비젼과 진정한 화해·교류협력의 노력, 국제 사회가 이해하고 지원해준 산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독일 통일, 그래서 “신(神)이 준 선물”이라는 신문 제목도 그럴듯 했다. 우리 역시 날을 정해서 일제로부터 독립을 이룬 것이 아니듯이 통일에 대한 희망과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다 보면, 제 2의 광복을 맞게 될 날이 머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북한 체제의 유동성에 대한 국내외의 주시와 우려도 주요 변수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다는 현실감 있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광복절 축하 성명을 내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한·미 동맹”을 강조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셋째, 막대한 비용문제이다. 통일을 위한 경제적 대비를 든든히 하자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적 대비가 우리 공동체의 통일 준비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과연 우리가 그동안 통일 준비를 제대로 해왔는지 스스로 짚어볼 일이다. 때마침 미래기획위원회는 북한의 긴급사태 시 2040년까지 2조 1,400억달러(약 2,525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는 자료를 내놨다. 이는 작년도 국내 총생산(GDP) 1,063조원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비용이다. 준비없는 통일, 이는 곧 재앙이 될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어느 때보다 깊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의 통일 이니셔티브가 발동이 걸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더불어 지혜를 모으고, 온 힘을 쏟아야겠다. 정부는 큰 짐을 졌고, 국민과 역사는 지켜보고 있다.

김경웅(논설위원,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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