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7>-일본 홋카이도 대학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홋카이도 대학교 식물원 정문
홋카이도 대학교 식물원 정문

 

삿포로(札幌)의 중심지에는 빌딩으로 둘러싸인 한 가운데 넓은 녹지대가 있다. 이곳은 마치  도시안의 오아시스와도 같이, 계절마다 모습이 바뀌며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식물원이다. 1886년에 개원한 이 식물원은 국립 홋카이도(北海道) 대학의 식물원으로서, 일본 최초의 근대적인 식물원이고 일본에서는 도쿄대학 식물원에 이어서  두 번째로 오래된 식물원이다.


“Boys, be ambitious! (청년들이여 큰 뜻을 품어라!)”라고 육군 대령 출신의 미국인 클라크(William Smith Clark)철학 박사는 1877년 4월 16일, 홋카이도를 떠날 때 시마마쓰(島松)까지 마중 나온 삿포로 농학교(農學校)학생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농학교 교장일을 하는 동안 기독교 교육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클라크 박사의 이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높은 이상(理想), 인내심,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을 가슴에 품고 자란 학생들은  뒷날, 일본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고 삿포로 농학교는 오늘날 세계의 명문 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국립 홋카이도 대학이 되었다. 


식물원은 원래 홋카이도 대학의 시설로서 연구와 교육, 식물의 계통보존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으나 설립당시부터 일반에게도 공개되어 시민의 자연교육에 도움을 주도록 운영되고 있다. 1876년에 설립된 삿포로 농학교의 교장이었던 클라크 박사는 1877년 3월, 농학교육에는 식물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학교 구내에 조그만 식물원을 만들었다. 이 당시 홋카이도 전체 인구는 불과 20만명이 채 되지 않았고 삿포로의 인구는 수천명(1873년에 1,949명) 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홋카이도는 일본의 변방으로서 메이지유신 정부에 항전하다가 패한 무사들이 이주해 와서 개척지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1884년, 식물원 용지(현재위치)가 홋카이도를 통치하는 관공서인 개척사(開拓使)에서 삿포로 농학교에 이관되어 초대원장인 미야베긴코(宮部金吾)박사가 식물원의 건설 계획과 설계를 하여 1886년에 식물원이 개원된 것이다.


오늘날 면적 13.3 ha(약4만평)에 달하는 식물원 안에는 약 4천종의 식물이 보존, 육성되고 있다. 정문앞에 있는 침엽수림에는 홋카이도를 중심으로하여 , 남부 치시마(千島)열도, 사할린 섬 등지에서 생육하고 있는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전나무 도도마쓰(Pinaceae Abies sachalinensis)가 군락을 이루어 하늘을 찌를듯이 서있다. 홋카이도와 일본 본토의  고유수종 이외에도 북미산 밤나무(Fagaceae Quercus rubra), 유럽산 가문비나무(Pinaceae Picea excelsa) 등 수많은 도입 수종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온실, 고산(高山)식물원, 초본분과원(草本分科園), 북방민족 식물표본원, 관목원 등의 분과원이 구획에 따라 잘 정비되어 있고, 각각의 테마에 따라서 식물이 재배, 전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동물과 역사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에는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을 포함한 북방민족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홋카이도의 개척역사를 보여주는 북방민족 자료실이 있다.


식물원에는 주로 한대, 온대지방의 야생식물을 대상으로하여 식물의 다양한 세계를 조사하는 것을 목적으로하여 식물분류학, 식물생태학의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홋카이도의 자연 식생과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의 보존, 보호와 증식에 관한 조사와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외부와의 협조 활동도 적극적이어서, 2년마다 1회씩 국내외 식물원, 연구기관과의 종자교류사업에 관한 학술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표본 자료의 보관도 상당하여, 현재 식물표본실안에는 약 5만점의 표본(주로 잎)이 보관되어 식물계통학의 연구와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정문을 들어가 왼쪽 끝에 가면,  지리적으로 온대지역 북방에 속한 홋카이도에서 자라지 않는 열대와 아열대 식물의 다양성 연구 목적으로 온실도 있다. 이 온실도 식물원 개원 당시 이미 만들었는바,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국적을 떠나서) 선각자들의 혜안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오늘날의 온실은 100여년이 지난 1982년에 다시 신축한 것이다. 온실안에는 열대우림실, 양치류실, 파인애플과(科) 식물실, 냉온실이 있고, 다육(多肉)식물실, 난(蘭)실이 있어 생태와 분류에 따라 세계각지의 여러 식물을 볼 수 있다. 식물원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홋카이도에 도입되는 외국산 수종의 시험과 보급도 이곳에서 이루어졌었다.


정문을 들어가 오른쪽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삿포로시의 꽃인 라일락이 길 양쪽에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이 보인다. 아시아와 유럽 각자에서 가져온 약 40종에 달하는 라일락은 5,6월에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냄새를 선사한다. 마침 필자가 이곳을 방문한 때가 5월 이었으므로 필자는 보라색 라이락이 품어내는 5월의 향기를 듬뿍 빨아들이며, 식물원 탐방 여행의 보너스를 단단히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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