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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에서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는 신데렐라, 온달 같이 팔자를 바꾸는 결혼이 어려울 것이란 기사를 접했다. 기사는 우리 사회 결혼 문화가 계층별, 수준별에 맞게 ‘동질혼화’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신랑신붓감을 내신등급 나누듯 나눠 놓은 등급표를 실었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작성해 놓은 등급표인지 몰라도 만약 그것이 실제 존재한다면 고객의 명예와 직결된다. 결혼정보회사 고객은 백화점 고객과 다르다. 백화점 고객은 소비액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 계측할 수 있는 재화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VVIP, VIP 등 등급화가 가능하다.
10여 년 전 한 결혼정보 업체가 홍보 목적으로 소위 회원 등급표란 것을 언론에 배포했다가 긴급히 회수한 사례가 있었다. 내용은 자극적인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잡하고 소설(?)에 가까운 허무맹랑한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그 때와 비슷한 내용의 회원 등급표란 것이 또 언론에 가십거리로 떠다닌 모양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혼정보업계에 실제 적용하는 회원등급표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결혼정보회사 고객은 투입한 재화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받아 인생 반려자를 찾는다. 반려자는 상품이 아니며 등급화하기에는 변수가 많고 특히 심리적, 정신적인 부분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등급으로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백화점 상품은 하자가 있으면 반품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과연 결혼도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결혼정보 업계에는 애초에 등급표란 것이 존재해선 안 되고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가 분명치 않은 등급표가 나돌면서 사람을 직업에 따라 서열화 함으로써 결혼의 가치관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동질혼의 확산을 강조함으로써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한 현실을 임의로 차단했다. 신데렐라와 온달은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함으로써 결혼의 전제이며 가정 형성의 절대가치인 ‘사랑’이 개입하는 것을 막았다.
특히 결혼정보회사를 이용자가 전체 미혼인구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을 너무 크게 부풀려 일반화시킨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얼마 전 우울증을 앓던 판사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전체 판사 사회를 일반화할 순 없지 않는가.
결혼의 가치는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다. 결혼이란 제도의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고 붕괴하면 국가의 인구성장이 멈춰 버린다. 멈춰버린 인구는 어느 시점에서 감소로 돌아서면서 무서운 속도로 국력을 쇠하게 한다. 인구가 국력인 시대에서 결혼이 가치를 잃고 용도 폐기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혼인율이 감소하고 더불어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신(新) 카스트 제도 같은 등급표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블로그와 카페에 퍼 날라지고 확대재생산 되는 과정에 많은 젊은이들이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때론 냉소하고 좌절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등급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모든 사람은 50%의 장점과 50%의 부족한 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100% 장점만 있거나 100% 부족한 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넘침과 모자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등급이란 계량된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결혼정보회사가 있다. 국내결혼정보회사 800여 곳, 국제결혼정보회사가 1,250여 곳에 이른다. 개중에는 등급표를 만들어 영업하는 곳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곳이 결혼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결혼은 계량화 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는 결혼정보 업계 12년간 몸담아 온 산 증인이다. 듀오 본부장, 닥스클럽 상무이사를 거쳐 레드힐스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어항 속의 여자 어항 밖의 남자’ 등의 저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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