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심층분석] 적신호가 켜진 일본기업의 경영 환경

선진국의 대규모 재정 투입과 신흥국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2/4분기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2/4분기 주요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미국이 3.7%에서 1.6%로, 일본이 5.0%에서 0.4%로 떨어졌다. 중국은 전기 대비 10.3%로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 경기선행지수가 2010년에 들어서 정체 또는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향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더블 딥, 유럽발 재정위기 재발,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이 불안요소다.

특히 글로벌 증시 하락, 미국 주택지수 악화 등 세계경제 불안으로 올 하반기부터 엔/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8월 10일 금융정책의 현상유지를 발표한 반면, FRB가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일 간 금리차의 축소 기대감으로 엔 매수세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행과 정부의 입장 차이로 엔고에 대한 대응도 지연됐다.

◆ 일본의 최근 경제 현황

일본은 현재 경기회복 기조 속에서도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엔고와 디플레이션 등의 대내외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FRB와 ECB가 환율 개입에 공조할 의지와 여력이 약한 상태에서 일본 재무성이 단독 개입할 경우 투기 자금을 유인해 엔고를 더 부추길 위험이 있다.

일본은행도 8월 31일 FRB의 뒤를 쫓아 뒤늦게 추가 금융완화정책을 발표했지만 타이밍과 기대효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태다. 초저금리(연 1.0%) 자금 공급액을 현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확대하는 한편, 대출기간도 3개월에다 6개월을 추가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 일본기업의 경영 환경

일본기업들은 세계경기 둔화, 엔고, 디플레이션의 3중고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돼 방향 감각을 잃고 표류 중이다. 예상을 뒤엎는 빠른 속도의 수출감소, 생산둔화로 경영활동이 위축됐다. 또, 건실한 내수기업과 수출 대기업들은 축적된 투자 여력에도 불구, 설비투자 M&A 등 수익확대를 위한 경영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기업의 M&A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비용절감과 수출호조로 충분한 잉여자금을 확보해 국내 설비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일본기업들의 유동성 자금은 1990년 버블기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비용절감 노력과 신흥국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대기업과 건실한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기업들은 미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일부기업들이 신규투자, M&A, 배당 확대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설비투자에 신중한 자세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신용경색 리스크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필요성, 엔고 및 디플레이션의 고착으로 투자 채산성이 악화된 것이 투자 기피의 주요인이다.

또 하나는 해외 진출로, 과거 일본기업은 엔고를 해외진출의 기회로 활용해 왔다. 그래서 올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엔고에 대응해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움직임이 소극적이다. 다만 달러당 85엔대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되는 등 엔고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해외 진출 러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미 높은 수준인 해외생산 비율이 더 높아질 경우 산업공동화 및 국내 경기침체의 주범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있다.

마지막은 창업과 M&A다. 현재 국내 설비투자 부진 문제를 뛰어넘는 수준의 ‘창업 부재’가 일본경제 시스템 자체의 축소를 야기했다. 상장 및 M&A 시장의 국내외 역전 현상이 가속화 돼 일본기업의 상장이나 M&A가 일본이 아닌 해외 시장에 집중돼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경영난에 처한 일본기업들을 중국기업이 사재기식으로 인수하는 ‘기업 쇼핑’이 확산되면서 우려감이 고조되는 상태이다.

◆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이러한 일본 경제 상황이 한국의 기업환경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있다. 글로벌 증시 불안과 주요국 경기지표의 변동성 심화 등 세계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기업의 경영환경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수출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등 한국기업의 경영환경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엔고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 및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다.

대내외 투자 불균형이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투자 불균형의 확대는 고용환경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보유 중인 잉여자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느냐가 향후 경제회복의 관건이다. 한국기업들은 충분한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인해 국내 투자가 저조하다. 이에 정부는 기업투자를 가록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 인하 등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기업의 국내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분별한 해외생산은 제품경쟁력을 하락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생산공정의 효율적인 재배치가 필요하다. 국내에 남겨야하는 기능, 공정을 제품특성과 연계해 설정해야 할 것이다.

글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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