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14>-콜카타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콜카타 식물원 안의 작은 연못. 사진 상단에 보이는 붉은 색 다리 너머로 연못이 이저져 있다. 연못은 강과 연결된다.
콜카타 식물원 안의 작은 연못. 사진 상단에 보이는 붉은 색 다리 너머로 연못이 이저져 있다. 연못은 강과 연결된다.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인디아(인도)의 도시들은 각기 특이한 모습과 문화를 갖고 있다. 동부 인디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콜카타(Kolkata)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도시의 이름이 변경되어졌음에도 아직도 옛이름인 캘커타(Calcutta)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서 콜카타의 하우라(Howrah)기차역에 도착하였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거대한 하우라역을 보면 이 도시의 크기와 인구가 짐작된다(콜카타에는 하우라역 이외에 다른 기차역도 있다). 소매치기들이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고 있는 역 건물을 나와서, 이 도시의 명물인 택시를 잡았다. 콜카타의 노란색 택시들은 대부분이 제조된지 50년 정도이나 아직도 끄떡없이 잘 달리고 있다. 육중하고 튼튼한 외모의 택시는 좌석도 엄청나게 두꺼운 검은색 비닐로 되어있고 운전석의 계기판은 아주 간단하다. 달리는 소리도 우람하다. 더운 날씨지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와 함께 택시의 둔탁한 엔진소리가 필자를 더욱 기분 좋게 해준다.

하우라역에서 저렴한 숙소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서더(Sudder)가(街)에 가려면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후글리(Hooghly)강에 걸린 하우라 다리를 통과하여야한다. 콜카타는 1,3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이다. 그러나 도시의 동서(東西)를 연결해주는 (서울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 강남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콜카타는 강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형성되어 있다) 다리가 두개 밖에 없다.

하나는 1943년에 완성된 하우라 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다리에서 2km 남쪽에 1994년에 건설된 비디아사갈세투(Vidyasagar Setu) 다리이다. 인구 천만명의 서울에는 30여개의 다리가 있는데 비해 서울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에 단 2개의 다리가 있으니 이 두 다리의 통행량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 해보라. 다리위에는 버스, ,택시, 트럭, 삼륜차, 짐을 싣고 가는 손수레, 행인 등으로 엄청나게 복잡하다.

인도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콜카타는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1686년에 세운 도시이다. 그 뒤 약 240년 동안 영국은 이 도시에 기반을 두고 인도를 통치하였다(1931년, 델리로 영국 행정부가 이전하기 전까지). 그러므로 콜카타에는 영국 통치시대의 건물이 인도의 어떤 도시보다도 많이 남아있다.

이 가운데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아직도 남아있는 빅토리아 여왕궁(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영국 동인도 회사의 인도 본부건물, 영국 행정부 건물 등 무수하게 많고 3세기 전에 영국군이 콜카타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군사요새도 있다. 길이 450m 인 하우라 다리(다리의 중간 교각이 없다) 밑 강가에 있는 갓(ghat; 죽은 시신을 태우는 곳) 바로 옆에서는 더러운 강물에 목욕하는 사람들과 빨래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고 주위는 지저분하기 이를 때 없으나 사람들의 얼굴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평온해 보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

콜카타가 영국의 인디아 식민통치 중심지였으므로 이곳에 있는 거대한 식물원도 영국인들이 만들었다. 1786년에 개원(開園)한 이 식물원은 비디아사갈세투 다리에서 2km 남쪽으로 내려가서 후글리 강에 면하여 강을 따라서 자리 잡고 있다. 224년전, 식물원이 건설될 때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동안 도시가 확장되면서 오늘날은 시내 안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식물원의 면적은 109 ha(약 36만평)로서 상당히 넓다. 정문을 들어가면 세계 각 지역에서 수집해 와서 이곳에 식재한 수목들이 나타나는데 우선 오른쪽에 인도지나 반도의 베트남에서 생육하는 나무들이 방문객을 맞아준다. 그 뒤를 이어서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수목들이 나온다. 그 뒤에는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우리나라 수목은 보이지 않는다(너무 깊숙이 숨어 있어서 필자가 찾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이곳을 지나면 인도 동북부의 아삼(Assam) 지방과 히말라야 산맥에서 자라는 각종 수목들을 볼 수 있다.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수목이 끝나는 지점과 유럽, 북아메리카 지역의 수목이 나오는 경계 사이에는 높이(樹高)는 15m 밖에 되지 않으나 옆으로 퍼진 가지(樹冠)는 직경 120m 가 넘는 반얀(Banyan)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식물원이 개원될 무렵 식재 되었으므로 수령이 200년을 넘는다. 반얀 나무는 열대지역의 정글에서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이 나무에서 강변으로 가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수목들이 큰 숲을 이루고 있고 이곳에서 강변을 따라서 정문방향으로 가다보면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수목들이 울창한 숲을 만들어 서있다.

미얀마 수목과 오세아니아 수목들 사이의 광장에는 조그만 기념비가 서 있는데 여기에는 이 식물원을 만든 영국인 식물학자 월리치 (Wallich)박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국인들은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세계 각 지역에 식물원을 만들어서, 식물원을 경제식물의 거대한 야외 실험실로 삼았다. 그러므로 이 식물원에서도 여러 가지 식물의 장기(長期) 실험이 이루어졌는바 이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 품질의 차(茶)이다. 홍차(紅茶)를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한동안 세계의 차(茶)무역도 석권하였는바, 이 식물원에서 실험 재배되었던 차가 오늘날 인디아의 다질링(Darjeeling)과 아삼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유명한 다질링차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차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식물원을 제대로 보려면 2,3일은 족히 걸린다. 그런 식물원을 반나절 만에 둘러보고 떠나려니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나 이 식물원을 통해 세계 각지, 특히 인디아의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방문하기 어려운 인디아 동북부(아삼) 지역에서 생육하는 각종 수목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필자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인디아 정부의 환경 삼림부(Ministry of Environment & Forests) 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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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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