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 컬럼]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그리스 사태는 모든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경우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가 적절하게 들어갈 때, 예후가 너무나도 달라진다고 한다. 후유증이 남느냐 남지 않느냐는 이때 결정된다. 뇌병변에 따라 증상이 다르겠지만 치료의 시간을 놓치면 운동마비, 연하장애, 구음장애 등의 다양한 후유증이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후유증상 회복을 위한 시간은 심한 경우 남은 삶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중증환자가 되면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전체의 고민이고 국가적으로도 재정적인 부담이 된다. 결국 예방만이 가장 이상적인 답이다. 평소 혈관관리가 적절했다면 발생확률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설사 발생했더라도 조치가 빨랐다면 피해를 최소화 했으리라.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 원인을 고질적으로 취약하고 방만했던 정부재정관리가 지난 금융위기로 훨씬 악화되었던 점을 한가지로 들고 있다. 또,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한 유로존 가입 이후 환율조절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 제약으로 가파르게 물가가 상승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된 점을 디폴트 위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 다양한 위기신호가 있었으나 그리스 정부는 설마하며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치가 없었다. 또한 사태가 악화되면서 나타난 위기 신호 가운데 정치적으로 표심에 근거한 선심성 재정지출과 방만한 공공기관 재정운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하다가 사태가 발병했다. 또한 발병 당시 빠른 조치가 이어지지 못해 결국 큰 후유증이 남아버린 뇌경색 환자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더 민첩하게 국가의 미래를 보고 소신 있게 원인을 지적하고 일을 처리해 나갔다면 디폴트 위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겠지만 위기의식 결여가 결국 국가적으로 아주 큰 후유증이 남았다.

 금번 사태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치밀한 국익을 방어하고자 하는 계산에 있어 유로존 가입을 비롯한 다양한 세계화의 시도도 짐이 되었고, 복지재정정책도 결국 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각각 진영에서는 서로의 혈관관리가 더 잘못되어서 발병했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그리스라는 나라의 환자 상태이다. 그리스 경제의 회생문제와 파급 악영향의 최소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여러 유럽 금융계에서 조차 금번 문제에 대하여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1년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보다 더 큰 사태의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경제학에 있어 비관론 주창자로 알려지다가 이제는 정론(?)이 되어가고 있는 루비니 교수의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퍼펙트스톰( Perfect Storm)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경제에 세번째 양적 완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하면서 재정적자가 심각하다는 점을 가장 큰 근거로 들었다. 또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해 미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국채매입을 통한 유동성 방출이라는 양적 완화 밖에 없다는 점이 상태가 위독해 질 수 있는 이유로 들었다. 결국 손써볼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결론이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저가의 풍부한 노동력에 근거한 가격경쟁력에 근거한 고속성장이었다. 이어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 과열, 성장 둔화의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위치로는 결코 세계 경제 위기에 있어 미국, 일본, 유럽의 리스크 악화에 있어 절대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중론이다. 게다가 부동산 버블 붕괴를 포함한, 경기 과열이 오히려 중국 역시 병으로 이어진다면 세계경제 악화가 한층 심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사실상 전지구상의 국가들에 있어 추가적인 소비에 근거한 경제활동 촉진 방식의 자본주의, 신용에 근거한 부채발생과 이의 확대는 발병시기를 조금이라도 뒤로 늦추고 싶었지만 직면해야 할 위기이다. 발생 사태의 본질은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였을 뿐이었다. 꾸준히 빚을 내서 국가 재정과 복지를 지켜왔다는 점, 세계경제 단일시장에 대한 흐름에 따라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적 최근 발생한 대지진이 일본의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본의 침체가 주는 교훈은 남다르다.  같은 동아시아권문화로 세계대전의 패전 후 비교적 비슷한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전자, 자동차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집적 사업과 무역에 큰 비중을 두고 세계 경제의 강대국으로 성장한 면에서, 실제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일본을 따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은 인구문제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고령에 무게중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정책이 주가 되면서 복지재정 비중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산업의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들이 발붙일 곳은 반면 줄어들었다.  미혼율이 급증하고 세대 연속에 장애가 생길 정도의 인구분포의 기형화 추세가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또 한번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10년도 재정배분의 실패에 기인한다는 점을 본다면 이는 더욱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이 시대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최근 한국의 대기업 중심 대표 산업에서의 선방이 비교적 여러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국민다수가 느끼는 현실은 세계 불황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파른 물가상승, 비용부담 가중, 고용불안정으로 국민전체에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지금이다. 실제로 지표상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방어를 했다고 자축할만한 한국에 국민들의 불만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읽어내야 한다. 또한 과감히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 가운데 한국을 대비해야 한다. 사실 불황에도 상위 부유층은 힘들지 않다. 그래서 더 신호를 간과하기 싶다. 가계부채의 급증과 초고령화 시대 진입의 위험신호에 전방위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인구구조의 왜곡은 특히 20년 후 뚜렷해지므로 거시적 안목이 절대 요구된다. 한국의 위험 신호가 무엇인지 각계에서 터놓고 드러내며 소통해야 한다. 온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국가 재정에 대한 진정한 철학을 노출해야 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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