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잡스는 우리에게 'i'를 남기고 갔다

김상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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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잡스는 우리에게 'i'를 남기고 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메시지, 트위터, 인터넷 댓글, 블로그 글 등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iSad라는 말이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만들었던 히트작 태블릿PC 아이패드(iPad)에서 따온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동시에 애플의 아이맥(iMac), 아이폰(iPhone), 아이팟(iPod), 아이패드(iPad) 잡스가 만든 제품명 모두에 'i'가 붙기에, 그래서 애플이나 잡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i'이기 때문에 잡스의 죽음 앞에서 추모자들은 가장 먼저 'i'를 떠올렸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죽은 잡스가 'iHeaven(천국)'에 있을 것이라는 농담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i'는 잡스의 대표 아이콘이다. 그리고 'i'의 아이콘 잡스의 추종자들에 의한 'iSad'의 추모행결이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인들로부터, 그것도 청년들로부터 이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오늘 이 세상에서 얼마나 있을까?

잡스는 그렇다면 왜 자신이 만든 모든 제품명에 'i'를 고집한 것일까? 그리고 왜 청년들도 그를 'i'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일까? 대문자 'I'도 아니고 소문자 'i'다.

먼저 'i'는 인터넷(internet)과 정보통신(it)에 들어가는 말이다. 따라서 i'라는 말을 쓴 것에는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아이콘(icon)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과 애플의 제품들은 가장 혁신적이고 뛰어난 IT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잡스도 IT의 제왕, 아이콘이 됐다. 당분간은 그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 더 의미를 부여하면, 'I'는 '나'지만 'i'는 작은 나다. 별 볼 일 없는, 보잘 것 없는, 작고 초라한,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i'를 제곱하면 '-'가 된다. 그런 점에서 'i'는 뭔가 삐뚤어져 보이기도 하고 반항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잡스는 바로 이 'i'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입양을 당했고, 대부분의 CEO들이라면 다 졸업했을 대학도 중퇴했다. 심지어 자신이 만드는 회사에서 쫓겨나는 처량한 신세도 됐었다.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애플에서 CEO로 재직하는 동안 항상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으며 시대의 반항아와 같은 모습으로 살았다.

잡스는 자신이 'I'가 아니라 'i'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존재, 그의 삶이 투영된 그의 분신과 같은 제품들에도 모두 'i'를 가져다 붙였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제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나는 별 볼 일 없는, 세상이 볼 때는 비주류에 고집만 센 반항아처럼 보일 수 있는 나다(i). 그런데 이런 나(i)가 진정한 나(I)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I'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i'로서의 자신을 숨기고 세상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i'로서의 삶을 살며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도전과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지금 'i'의 아이콘인 잡스는 세상에서 가장 우뚝 선 'I'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가 만든 기업도 그가 떠나는 시점에서 세계에서 최고의 기업이 됐다. 다른 사람과 똑같아서는 다른 사람 이상이 될 수 없다. 비주류 취급을 받고, 반항아 취급을 받아도, 때로는 그 길이 진정으로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잡스는 'i'라는 글자를 통해서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i'는 또한 심플함, 단순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의 제품들의 최대강점은 디자인이다. 많은 IT 제품들이 있고, 기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애플의 제품을 선택했던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애플의 디자인의 탁월함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애플의 디자인은 화려하거나 눈에 튀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담백하고 단순하다. 애플의 모든 제품들에는 흰색의 여백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대표되는 애플스러움이 녹아져 있다. 이런 모습은 애플의 홈페이지에 걸린 잡스의 추모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다른 어떤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진 디자인보다 화려하고 감각적이고 탁월하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i'로서의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려고 하기 보다 최대한 자신을 'I'로 위장하고 꾸미려고 한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을 더 크고 화려하게 보이려고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에도 그것을 담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은 그 모든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의 절제와 단순함을 추구했다. 이것이 애플의 이미지가 되었다. 수수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떤 것보다 강렬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디자인, 이것이 애플스러움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i'로서의 자신을 숨기고 자신의 겉모습을, 스펙을 꾸미기 위해서 여념이 없다. 많은 청년들이 진정한 'i'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며 살아가기 보다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억누르고 숨기며 도서관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을 따라가기 위해, 그래서 더 멋지게 치장된 자신을 만들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삶을 살려고 하기보다는 가장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사'자가 들어가는, 남들이 다 알아주는 근사하고 멋있는 직업을 얻으려고 하거나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만이 자신을 가장 멋지게 드러내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세상에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길은 'i'로서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꾸미거나 치장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심플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i'의 아이콘인 잡스는, 그리고 'i'가 들어간 제품들은 그것으로 명성과 사랑을 얻었고, 시대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잡스의 기행과 잘못된 개인사들의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iSad'의 추모 행렬 앞에서 'i'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기고 간 잡스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IT 기업도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워내고, 또 애플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잡스의 유산인 'i'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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