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지난주 애플측의 '프랜드' 조항 언급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모토로라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판결을 내렸던 독일 법원이 삼성전자가 애플측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도 동일한 반박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례를 언급하며 애플이 '프랜드' 조항과 관계 없이 라이선스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밝혀, 판매금지 판결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IT전문지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사의 특허침해 본안 소송에 대한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표준특허 소유자가 특허 사용자에게 제기해 승소한 과거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의 이번 언급은 삼성전자에 유리해 삼성전자가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한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이유로 '프랜드 조항'에 의거해 네덜란드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했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던 삼성전자가 독일에서는 승소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언급한 판례는 1989년 필립스가 '오렌지북'이라는 CR롬 관련 표준특허로 독일연방법원에서 독일의 SK카세텐(SK Kassetten)에 승소한 사례다. 애플은 그동안 표준특허는 프랜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오렌지북 판례에 따르면 표준특허인 경우라도 특허 사용자가 소유자에게 먼저 사용권을 요청하고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사전 예치하는 경우에만 판매금지를 피할 수 있다.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 방식에 따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이후에 수수료를 지급하면 된다는 취지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네덜란드 법원과 달리, 독일 법원은 프랜드를 적용하더라도 특허 사용자인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도 자신의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를 통해 "재판부가 '오렌지북' 판례를 예시하며 표준특허가 필요한 회사는 사용권을 얻어야 할 책임과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판 중 애플은 삼성이 문제삼은 특허들에 대해 전자 신호를 처리하는 데이터 채널의 수나 하드웨어에 요구되는 디멀티플렉서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당 특허가 `아이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측은 "특허 개념을 너무 축소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제품인 '아이폰4S'는 이번 판결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애플 측의 주장과 달리 판사는 같은 특허가 적용된 제품은 모두 이번 판결의 대상이라고 밝혀 아이폰4S를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이 모두 판매금지가 될 위험에 처했다.
다급해진 애플측 변호인은 네덜란드 법원에서 인정받은 `프랜드(FRAND)` 규정을 또 다시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3G 통신특허가 이미 국제표준이 된 만큼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무차별적으로(FRAND)`으로 이용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은 특허 남용이며 침해를 주장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애플측에 대해 "이같은 특허 남용을 주장하기 이전에 왜 미리 삼성전자측에 특허 사용에 따른 라이센스를 요구하지 않았느냐"며 `프랜드' 조항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주 애플이 모토로라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할 때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양사는 다음 달 23일까지 재판부에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며, 이날 소송에서 다뤄진 2건의 특허는 내년 1월 20일과 27일에 판결이 내려진다. 또 이보다 앞서 심리를 진행한 삼성전자의 또 다른 특허 관련 판결은 다음 달 16일로 예정됐다. 이 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12월 중 판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가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날 공판에 참석했던 특허 및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공판 전개로 볼 때 애플이 특허침해 판결을 막아내는 게 전혀 불가능하진 않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최소 한 건 이상에 대해서는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애플은 거의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패소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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