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고려개발의 워크아웃 여부를 두고 채권단과 모기업인 대림산업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채권단은 대림산업이 일방적으로 고려개발의 워크아웃을 밀어붙인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며, 계열사 '꼬리 자르기'라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중 하나인 KB국민은행의 민병덕 행장은 "대림산업을 보고 그 계열사인 고려개발을 밀어준 것인데…대림이 성의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수백억원대의 대출금에 대해 대림산업 측에 추가 담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고려개발의 대주주인 대림산업을 압박해 자신들의 부담을 덜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실기업의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회사의 부실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에도 원칙과 한계가 있다. 고려개발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대림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그 모회사인 대림산업이 응당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림산업이 채권은행단의 압박에 따라 계속 고려개발을 지원할 경우, 대림산업 경영진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혐의는 물론 형사상 배임과 주주대표소송 등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즉, 채권은행단의 요구는 대림산업 경영진에 대해 위법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부실 계열사 문제로 꼬리 자르기 논란이 제기된 곳은 고려개발 외에도 더 있다.
먼저, 꼬리 자르기의 원조로 알려진 한솔건설은 작년 10월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 신청을 했지만 무산됐고, 올해 1월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왔다. 한솔건설은 현재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한솔그룹의 한솔건설에 대한 지원안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한솔그룹이 한솔건설의 부실을 은행에 떠넘긴다고 판단, 법정관리 결정 이후 한솔그룹 계열사에 대한 만기대출 회수와 신규대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올해 2월 우리은행에 워크아웃 신청을 했고, 6월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채권단과 효성이 각각 900억원씩 총 18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했으며, 효성은 지금까지 725억원의 대여금을 지원했다. 현재 채권단은 진흥기업에 지원된 대출금 등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모기업인 효성그룹 측과도 출자전환 규모 등에 대해 협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4월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 전 채권단으로부터 모회사인 동양고속이 동양건설산업에 보증을 설 것을 요구받았다. 올해 7월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국제종합기계는 지난 1일 동국제강그룹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이 손자회사인 국제종합기계에 대해 120억원의 운전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하는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해 그룹이 자발적 또는 채권단의 압력에 의해 자금지원을 하거나 보증을 서는 사례가 매우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LIG건설, 고려개발과 같은 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신청을 하고, 이에 따라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부실 계열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채권은행단의 압력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게 된다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자칫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쌓아온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원칙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를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다.
지난 3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당황한 은행들은 계열사 여신심사를 할 때 대기업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주는 혜택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단위의 여신심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그 이후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들을 보면 과연 은행들이 실제 얼마나 여신심사를 강화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고려개발의 경우도 채권은행들은 관행에 따라 고려산업 자체의 재무구조와 사업전망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림산업의 지원을 전제로 고려개발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회사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모기업의 암묵적 보증만을 근거로 대출해 입은 손실은 전적으로 은행의 책임이며, 이에 대해 은행 경영진은 자신의 주주와 예금자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나아가 부실 건설회사에 대해 지원을 강요하는 감독당국의 '관치금융' 탓을 하는 것도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고려개발의 부실을 그룹 차원에서 책임지라고 강요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현재 워크아웃 등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의 채권은행들은 지금이라도 모회사가 아닌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와 그 사업전망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회생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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