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42>-파푸아뉴기니 마당 식물원

서범석 기자

마당 식물원의 수목들. 왼편이 Rain Tree, 오른편은 Candle Tree.
마당 식물원의 수목들. 왼편이 Rain Tree, 오른편은 Candle Tree.

 

파푸아뉴기니 중부 지역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항구도시 마당(Madang)은, 남태평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바닷가를 끼고서 발달된 이 도시의 중심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있고 곳곳에 푸른 라군(Lagoon; 초호)이 펼쳐져 있어 보는 이들의 찬사를 자아낸다.


항구조건이 좋고 경치가 아름다워서인지 일찍이 독일인들이 이곳에 정착하였으므로 마당 주변에는 독일통치 당시에 이름 붙여진 독일식 이름의 지명들이 아직도 곳곳에 보인다. 독일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이곳을 떠나 독일로 돌아갔으나 현지에서 사망한 독일인들의 묘지는 오늘날 마당 시내 중심가에 있어 조용히 지난날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다.


인구 4만 명의 마당 시내를 감싸고 있는 해안도로는 그 경관이 유명하다. 해안의 남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애스트로랍(Astrolabe)만은 러시아의 탐험가 니콜라이 맥래이(Nicolai Maclay)가 1871년에 이곳에 도착하여 수년간 머물면서 조사한 곳이다. 그러므로 마당에는 그의 흔적이 아직도 여러 곳에 남아있다.


항구 입구 근처에 있는 해안 모서리에는 높이 23m의 흰 등대가 우뚝 서서 애스트로랍 만을 통해 항구를 입출항하는 선박들에게 안전항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등대는 기념비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 즉, 연안감시대(Coast Watcher)기념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마당지역은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호주군 연안감시대원들은 이 근처 해안에 숨어서 일본군 함선과 항공기의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이를 무전으로 포트모스비에 있는 연합군 사령부에 보고함으로써 연합군의 작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기념비는 이러한 연안감시원들의 공적을 기념하는 탑으로서 전쟁이 끝난 뒤, 1959년에 호주 정부에서 세운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연결하여, 마당 시내 한 가운데에는 1944년 4월에 마당에 상륙하여 일본군을 격파하고 마당 시내에 진주한 호주 육군 제5사단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탑도 있다.


식물원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시내 한 가운데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당 식물원은 파푸아 뉴기니가 호주의 식민지이던 시절인 1966년 11월9일에 당시 마당 지역 행정 책임자이던 호주인 클리랜드 경(卿, Sir Donald Cleland)에 의해 공원의 일부로서 개원되었다. 마당에는 작은 호수가 많다. 식물원이 있는 곳 역시 아름답고 운치있는 아담한 호수가 있고 호주 주위는 숲에 둘러싸여있다. 그러므로 당시 호주 정부는 이곳을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 선정하였고, 후일 마당 주민들은 클리랜드 경의 이름을 따라 이 공원에 클리랜드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원은 30ha(약 10만평)가 족히 넘는다. 공원 뒤쪽에 있는 식물원은 원래 식물원의 의미보다 공원의 의미를 가진 지역으로 조성되어서 그런지 오늘날 식물원 철조망 담장 안에 있는 수목이나 화초에 이름 표식(일반명, 학명)판이 없다. 공원은 별도의 담장이나 정문이 없으나 공원 뒷 편에 있는 식물원은 철망으로 된 담장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안쪽에는 난(蘭)을 중심으로, 여러 식물을 기르고 있는 온실이 있다. 온실 주위에는 마당을 대표하는 수목들을 식재하여 놓았다. 이 수목들 옆에 조그만 가옥이 한 채 있는데 이는 식물원을 경비하며 온실을 관리하는 직원과 그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현재 이 식물원은 1ha(3,300평) 크기로서 식물원 중간에는 현지에서 Yarra라고 부르는 Rain Tree도 있고 현지에서 Candle Tree(Euphorbiaceae Aleurites moluccana)라고 부르는 수목을 비롯하여 빵나무(Moraceae Artocarpus spp.) 등 여러 수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다. 식물원 자체의 면적은 작으나 바로 옆에 붙은 공원을 가득 채운 많은 수목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겉에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식물원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식물원과 공원을 모두 포함하여 현지인들은 이 지역을 식물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 식물원과 공원은 마당 시청(City Council)에서 관리하고 있다.


마당 북쪽에 있는, 독일식 이름의 한사(Hansa)만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상륙 거점으로서, 미군 항공기의 공격을 받아서 수많은 일본 함선이 침몰해 있다.


한편, 이곳에 상륙한 일본군은 서울에서 창설된 제 20사단으로서 수많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 지역에서 전사하였다. 푸른 바다와 녹색의 숲 속에서,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해 보이는 마당에 우리민족과 관련된 이런 역사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서범석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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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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