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45>-나미비아 스와콥문트 식물원

서범석 기자

북아프리카에서 생육하는 야자나무. 오른쪽 뒤편으로 수분이 부족하여 말라버린 남양 삼나무과 수목이 보인다.
북아프리카에서 생육하는 야자나무. 오른쪽 뒤편으로 수분이 부족하여 말라버린 남양 삼나무과 수목이 보인다.

 

캐나다의 봄바디어(Bombardier) 회사가 제작한 50인승 제트여객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캐입타운 공항의 활주로를 잠시 달리더니, 가벼운 기체를 날렵하게 땅에서 공중으로 띄운다. 창문을 통하여 내려다 보니, 비행기는 막 바로 바다로 나오자 기수를 서북쪽으로 돌린다. 밑에는 해안에 붙어있는 캐입타운 시내의 북쪽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동남쪽으로는, 캐입타운의 상징인 테이블 마운틴이 그 웅장하고 멋있는 자태를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테이블 마운틴은 육지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잠시 동안,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바다 위를 달리던 비행기는 어느새 해안 상공으로 들어와 농장이 펼쳐져 있는 육지 위 상공을 가볍게 비행한다. 조그만 구름이 비행기 밑을 살짝 지나간다. 이륙 한 뒤, 10분 정도 지났을까. 이제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황량한 갈색의 사막뿐이다. 비행기는 이렇게 모래 사막 위를 거의 두 시간 달려서 하강을 시작한다. 창문으로 보니 모래 사막 한가운데 초록색의 선이 보인다. 비행기가 점차 고도를 낮추자 그 모습은 확실하게 들어 온다, 쿠이셉(Kuiseb) 강이다. 그러나 건기이므로 강 바닥은 말라 있다. 주위에 있는 수목과 풀들이 녹색의 대(帶)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잠시 뒤, 비행기는 캐입타운에서 서북쪽으로 약 2000km 떨어져 있는 나미비아 제2의 도시인 발비스베이(Walvis Bay)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 공항은 사막 한 가운데 있다. 모래 벌판 속에 이런 비행장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발비스베이는 15세기에 포르투갈 탐험대가 처음 상륙하였으나, 400 여 년이 지난 1878년에 영국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항구 조건이 좋은 이 곳을 서남 아프리카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발비스베이는 나미비아 최대의 항구로서 이 항구를 통하여 나미비아 뿐만 아니라, 근처 잠비아, 콩고, 모잠빅까지 화물이 운송되고 있다.


발비스베이에서 사막 해안을 따라서 북쪽으로 30km를 올라가면 인구 5만명의 아름다운 도시 스와콥문트(Swakopmund)가 나온다. 이 해안 도시 역시 15세기 후반인 1486년에 포르투갈의 탐험가 디오고 카오(Diogo Cao)가 처음 상륙한 곳이다. 그러나 약 400년이 지난 1892년에 독일 해병대와 육군이 상륙하여 이곳을 독일군의 군사 기지와 거점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스와콥문트 해안에는 독일 해병대와 육군 부대의 상륙을 기념하는 거대한 탑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독일 식민지 시대인 1905년에 독일 정부가 세운 것이다.


영국이 발비스베이에 거점을 만든 것에 대항하기 위해 독일은 스와콥문트를 거점으로 만들어 내륙으로 육군 부대를 파견하여 나미비아 전역을 독일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오늘날, 스와콥문트 주민은 거의 백인이고 그 가운데에도 독일계가 거의 전부이다. 그러므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독일 분위기이고 독일의 어느 한적한 도시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많은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는다. 몇 년 전에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브레드 피트가 이곳의 해안가에 있는 집에서 한달 동안 휴가들 보내고 간 적이 있다.


이 도시에 있는 독일계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나서, 호텔에서 얻은 시내 안내지를 보니, 3면이 사막에 면해 있는 이 도시에 뜻밖에 식물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도시에 있는 동안, 필자는 시간을 내어서 안내지에 있는 식물원을 찾아 갔다. 식물원은 필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Sam Nujema 거리와 Windhoeker 거리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도로 모퉁이에 있는 ‘살아있는 사막 뱀 공원(Living Desert Snake Park)’건물에 부속되어 있다. 독일은 1902년에 스와콥문트에서 오늘날 이 나라의 수도인 빈턱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부설하였는데, 당시 스와콥문트에는 기차역 2곳을 만들었다. 그 두 역 가운데 하나인 오타비(Otavi)역 건물을 1994년에 ‘뱀 공원’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그 건물 뒤에는 1997년에 작은 식물원을 만들었다.


식물원은 말이 식물원이지 개인 집의 큰 정원 크기 정도이다. 그러나 규모에 상관없이, 사막 도시 안에, 이렇게 사막에서 생육하고 있는 식물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필자는 나미비아에 도착하여 사막을 걸어보면서 훌훌 날리는 모래에 얕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풀의 생명력에 놀라움과 경이스러움을 느꼈다. 어떤 풀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꽃까지 피우고 있다.


이 식물원에는 나미비아 사막에서 자라고 있는 20여 종의 식물을 식재해 놓고 있는데 그 질긴 생명력에 혀를 내 두르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의 영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바오밥 나무를 아주 작게 축소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Rotskanniedood(학명; Burseraceae Commiphora saxicola)는 잎도 없는 작은 가지만 갖고 거대한 사막의 태양에 당당하게 대항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전 크기 모양의 잎을 갖고 있는 Talerpflanze(학명;Zygophyllaceae Zygophyllum stapfii)는 나미비아 중부 지역 사막에서 생육하는데, 사막을 돌아 다니다 보니 이 식물이 자주 보인다. 또한 남태평양 바다 속에서 볼 수 있는 대형 클램 조개 모양의 Sambokbossie(학명;Asteraceae Kleinia longiflora)도 있는데 이것은 사막의 혹독한 조건 속에서도 1000년이 넘게 오래 생육했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스와콥문드 해안과 시내에는 남태평양 노폭섬이 원산지인 노폭 파인(Norfolk Pine)이 많이 보인다. 실제로는 소나무가 아니고 남양 삼나무과(Araucariaceae)의 수목이다. 식물원 안에는 이 나무도 심어져 있는데, 관리인이 물을 제대로 안주는 지 잎과 가지가 노랗게 말라 있는 것을 보고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도 없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단단한 토질도 없고, 대낮의 강열한 태양, 영하로 내려가는 밤의 추운 날씨 등 식물이 자라기에는 온갖 악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사막에서 겉으로는 조용하고 온화한 자태를 보이고 있지만 안으로는 씩씩하고 강인하게 생장하는 선인장을 비롯한 여러 식물들이 여기 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지만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이들 만의 기상과 꿋꿋함이 있다. 순간, 필자도 이 사막 식물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꿋꿋하게 살다가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식물원 뒤에는 제법 큰 단층 건물이 있는데 이는 시립 도서관이다. 나미비아는 우라늄, 석탄, 다이아몬드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19세기, 이곳에서 탄광업을 하여 큰 돈을 번 유대인 사업가 Sam Cohen은 사재를 털어서 오타비 역 건물을 포함한 주위 땅을 구입하고, 도서관을 지어서 스와콥문트시에 기증하였다(물론 많은 서적도 기증하였음). 그러므로 오늘날 뱀 공원, 식물원, 도서관 등은 모두 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시에서는 기증자의 이름을 도서관에 붙여 주었다.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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