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 또는 네티즌들로부터도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지경이라는 것은 법적 다툼을 떠나 이번 사태가 한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및 문화 컨텐츠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한 도덕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는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신의>의 내용이 “현대의 의사가 고려시대로 타임슬립 하여 시공을 초월해 의술활동을 하며 특정시대의 역사적 인물들과 엮이게 된다”는 것으로 그 주요설정이 일본만화 <타임슬립 닥터진>(무라카미 모토카 글, 그림)과 똑같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 <타임슬립 닥터진>은 현대 의사가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하여 의술활동을 하며 당대의 역사적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는 내용으로 <신의>와 그 핵심적 설정은 완벽히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식으로 일본판권을 계약하고 제작을 진행중인 한국판 드라마 <타임슬립 닥터진>역시 곧 방영을 앞두고 있어 국내는 물론, 일본내에서도 이에 대한 법적, 도덕적 논란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의 원작자와 출판사 및 드라마 제작사가 이미 이 문제를 지적하여 심도있는 논의를 하였음은 물론,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한국에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편 원작자인 무라카미 모토카씨와의 계약을 통하여 한국판 드라마 <타임슬립 닥터진>을 제작중인 크로스픽쳐스㈜와 ㈜이김프로덕션은 지난 3월 2일, 이 같은 상황에 깊은 우려를 담아 고문변호사인 황규경 변호사을 통해 SBS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드라마 <신의>가 지금의 주요설정 그대로 방영이 강행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첫째, 표절시비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있다.
만화 <타임슬립 닥터진> 일본 출판은 2000년이며, 한국 출판은 2004년이다. 이는 <신의>가 기획되기 시작했다는 2009년보다 훨씬 앞선다.
또한 <신의>의 제작사측은 표절문제가 불거진 이후 2006년 출판된 <의선사겁>이라는 국내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사두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의선사겁>의 내용을 보면 ‘현대의 85세 의사가 죽어서 명나라의 의원집안의 장자로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을 다루고 있으므로 ‘타임슬립’과는 완전히 다른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의>의 송지나 작가는 올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의사가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설정이지만 정치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다고 밝혔지만, 만화 <타임슬립 닥터진>도 개화기의 일본 역사와 정치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지므로 차별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표절시비는 한국이 일본의 유명 창작물을 무분별하게 베낀다는 비난을 초래하여 한국과 일본 사이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두 번째로 법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
드라마 <신의>의 표절시비는 한류드라마 열풍의 중심지인 일본의 한류팬들에게 큰 실망과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타임슬립 닥터진>은 2009년 일본에서도 TBS 방송국에서 드라마화 되어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본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일본의 “국민드라마”이다. 일본에서의 시청률 20%는 기록적인 것으로 한마디로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신의>와 <타임슬립 닥터진>의 표절시비논란은 일본 팬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신의>뿐만 아니라 표절시비를 방관한 한국 방송계 자체가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도덕적 불감증으로 인해 자칫 우리나라 컨텐츠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 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드라마 <신의>를 방영하는 방송사는 물론, 이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스탭들 역시 이런 사태로 인해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표절시비로 인해 우리나라 드라마사의 한 획을 그은 대표적 스타작가이자 드라마 <신의>를 집필하고 있는 송지나 작가 역시 이런 불명예스러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송지나 작가는 지난 2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의>가 “마지막 작품이라는 심정으로 작업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드라마 <신의>의 집필과 관련해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보인바 있다. 하지만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와 같은 주옥 같은 작품을 쓴 송지나 작가 역시 이번 표절시비로 적잖은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계에서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지상학 한국시나리오작가 협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따 쓰면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풍토가 문제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일부라도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이를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를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표절에 둔감한 한국 방송계와 표절시비를 작가의 양심에 맡기고 방관하는 방송계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작품들 중 징계를 받거나 전면 수정에 들어간 사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9년 SBS는 패션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타일>이 KBS <매거진 알로>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내용증명을 보내 KBS는 <매거진 알로>의 편성을 취소한 바 있다.
1999년 방영한 <청춘>은 1997년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일본 드라마 <러브제너레이션>을 표절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고 조기종영 되었고 해당 작가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영구 제명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향후 크로스픽쳐스와 이김프로덕션은 방송작가협회와 송지나 작가에게도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법원에 방송정지가처분신청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참신한 주요설정을 생각해내기 위해 작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런데 전개방향이 다르다고 작가가 고민과 노력 끝에 창작해 낸 주요설정을 그대로 차용해도 되는 것일까.
크로스픽쳐스㈜의 김현우 대표는 “현재 일본의 원작자와 긴밀히 상의를 해가며 한국판 <타임슬립 닥터 진>을 근대화가 진행되는 조선 말 격변기인 흥선대원군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을 진행 중인데, SBS 방영예정인 드라마 <신의>의 주요설정 역시 여자의사가 고려시대로 타임슬립을 해서 최영 장군 등 역사적 정치적 실존인물들과 교류하며 의술을 펼친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최근 드라마 제작사 모두 소재확보로 인한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번처럼 어이없고 할말을 잃게 만드는 비양심적 사태를 보며 만약 이 같은 작품이 국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송되고 그 작품이 다시 원작자의 나라에 알려지거나 수출된다면 이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타임슬립 닥터진>은 MBC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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