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위험을 알리는 여러 징후들은 속속 노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파르게 늘어나기만 하던 가계빚이 증가세를 멈춘 것은 오히려 잠시 멈춘 것이고 변곡점의 지표로 보인다. 지난 1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은 91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000억원 줄었다. 가계신용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래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1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 잔액은 857조 8000억원, 외상이나 할부 구매한 판매신용 잔액은 53조 6000억원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6000억원 늘었지만 판매신용이 1조 2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빚(가계신용)은 5000억여원 준 것이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도 7%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세가 세 분기 연속 둔화됐다.
판매신용은 지난해 1분기에도 감소세(3000억원)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감소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대내외 경기 불안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느 한 곳의 가계대출을 누르자 다른 곳의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계속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조 7000억원 감소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물론 상여금과 연말정산 환급금이 나오는 1분기에는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주택대출을 제외한 일반대출을 3조3000억원이나 줄인 것을 보면 1금융권부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계빚이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려운 임계치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빚을 빚으로 갚는 상황을 막기 위하여 대출 문턱만을 높인다면 가계빚 증가에 급제동이 걸리게 되어 위험한 상황이 전개된다.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0.89%로 5년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주택담보대출마저 연체율이 5년 반 만에 최고 수준(0.79%)으로 높아졌다. 주택경기 침체와 대출 부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큰일이다.
무거운 빚을 진 가계는 소비 여력이 급속히 줄고 있다. 1분기 판매신용이 1조2000억원이나 급감한 것은 카드시장 구조개선 대책과 가계소비 부진이 어우러진 것이다. 1분기 2인 이상 전국 가구 소득은 6.9% 늘어났지만 소비 지출은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구당 이자비용이 9만6000원으로 1년 새 18.3%나 급증한 것도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었다.
실상 넓은 의미의 가계빚(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 가계ㆍ비영리단체 금융부채)은 작년 말 1100조원을 넘어섰다. 보통 이자비용이 소득의 2.5%를 넘어서면 소비 위축이 나타나는 임계 상황으로 보는데, 국내 도시가구는 이미 2009년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가계빚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게 얼마나 시급한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부동산 관련 대출 부문의 위기지표는 경매건수의 증가를 통해서도 노출되고 있는 지금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월세를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금융권의 위기 대응능력이 더욱 중요한 지금이다. 구시대 경제정책으로 단순히 저금리 정책으로 문제 해결을 미루거나 무작정 대출을 줄이라고 금융사를 압박하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가장 신중해야 할 상황에서 대선과 총선을 맞이하는 2012년, 전국민은 현 정치인들에 대한 거는 기대가 이제는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상황을 자기 입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긴장할 것이다. 부디 정권을 획득하는 노력도 정당 정치인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나 국운을 생각하고 국민을 향해 더욱 신중한 언변과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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