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삼성전자의 비정상적인 사고방식… "발주취소는 IT 업계 특성"

막대한 이익 거두면서 발주취소로 하청업체에 피해 떠넘겨

김상현 기자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A가게에 단골인 B 손님이 찾아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음식 C를 주문했다. 주인은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B에게 음식을 내놓았다. 그런데 손님이 갑자기 주인이 음식을 만드는 동안 제일 잘 나가는 음식이 C에서 D로 바뀌었다며 기존 음식 주문은 취소하고 새로운 음식 D를 시키겠다고 했다. 주인은 단골이 끊기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D음식을 해줬다. 그런데 손님은 D음식을 시켰으니 C음식을 취소한 것에 대한 충분히 손해보상을 해준 것이 아니냐며 주인을 배려해준 것처럼 생색을 냈다. 그리고 돈이 엄청나게 많으면서도 취소한 음식 C를 만드느라 주인이 본 피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배상해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애써 만든 음식을 버려야 하는 등 물질적 피해가 클 뿐 아니라 뭐라고 말도 못해서 속으로 끙끙 앓는 정신적 피해도 너무 크다는 것이다. 손님의 변덕으로 인해 식당의 손실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지만 오지 말라고도 할 수 없어서 주인은 이제 그 손님이 가게에 올까봐 걱정이 돼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요즘에는 이런 치사한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가게 문을 닫아 버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IT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른바 '발주취소'로 일어나는 폐해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IT 대기업들은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되어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아 신제품이 구제품이 되어버리는 이 시장에서 발주취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또 힘 없는 하청업체들은 이들의 발주취소 횡포를 그저 수용하기만 하다 보니 이제 발주취소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대기업들이 발주취소를 하지만 다시 다른 물량을 발주해 손실을 채워주지 않느냐고 큰 소리까지 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 같은 일을 자행하고서도 동반성장위원회에 의해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을 받았다. 정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면죄부를 쥐어준 셈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IT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하도급 IT업체들이 발주 취소를 당하고서도 힘이 없어 말도 못한 채 울음을 삼키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업체들은 발주취소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하청업체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의 생존을 위해 말 그대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발주취소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업계의 특성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또다른 물량의 재주문을 통해 취소한 발주에 대한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며 하청업체의 속도 모르면서 하청업체들을 배려해주는 것처럼 떠들고 있다. 일부 언론들도 동조해 이러한 삼성전자의 입장을 앞다투어 대변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매 분기마다 스마트폰의 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자랑스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분기마다 수조원에 이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시기가 지난 발주 물량에 대한 책임은 때로는 고작 1,2억 원에 회사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영세한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다. 한국 최대 기업인 동시에 글로벌 리딩 IT기업 답지 않은 쪼잔하고 치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공정위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위탁을 갑자기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하여 받은 행위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납품일이 지난 후 주문을 취소해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고스란히 떠 넘기고 물품을 늑장 수령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자행해 부당 발주 취소 행위만으로 과징금을 낸 첫 사례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공정위가 최근 2년간 현장조사 및 서면실태조사 결과 부당한 발주취소 혐의가 포착돼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위탁거래 약 150만건 중에서 151개 수급업자에게 위탁한 2만 8천건(약 2%)을 납부기한 이후에 취소하거나 물품을 늦게 받아갔다. 발주 취소 금액은 643억8천300만원에 달한다.

부당한 발주 취소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원사업자가 임의로 기존 발주물량을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납기일 이후에 발주를 취소하고도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경우가 해당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해 생산 계획의 수정이 많은 IT 산업의 '업(業)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IT업계는 제품 변경이 많고 생산 물량과 일정 계획도 수시로 변해 SCM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진 기업에서도 발주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산업의 특성상 발주취소는 필요악이며, 글로벌 기업들에게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도 발주취소를 해도 된다는 논리다. 글로벌 기업이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 행할 기세다.

또 "협력사가 동의하여 발주 취소가 된 건 중 78%에 대해서는 추후 재발주 하거나 새롭게 발주의 기회를 부여했다"며 "시장 수요 변화와 연동돼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협력사 입장에서 월·분기 단위로는 총 발주수량의 큰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력업체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대기업의 납기 이후 발주취소는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재고 부담을 영세한 중소기업한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1차 협력업체에 이루어지는 부당 발주취소가 2차, 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정한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변명하기 보다는 이런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가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발주취소 뿐 아니라 공정위의 처분에 대한 대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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