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탁상공론 학자' 어윤대 회장의 현실경영 진출기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학자였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혔다.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로 1980년대에 모교에서 강연했던 '화폐금융론'은 경영학도들의 필수 수강코스로 꼽혔다.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국제경영학회장을 지냈고 모교의 총장직까지 수행하며 능력있는 학자로 회자됐다.

하지만 금융권 및 KB금융 내부에서는 '거기까지였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기자는 작년 8월 KB국민은행에서 처음으로 이 말을 직접 들었고, 이후 우리금융 인수 및 메가뱅크 문제와 관련해 금융권 취재원들로부터 간간히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풀어보면, 학교를 떠난 뒤 그가 발들인 조직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총장직을 그만둔 2007년부터 사외이사를 지낸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불법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민간위원장을 지낸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는 정권의 홍보 나팔수 역할에만 매진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2008년부터 위원장을 지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한 일은 딱히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한국투자공사가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메릴린치에 국가 외환보유액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원금의 90%를 공중에 뿌렸는데도, 당시 어윤대 운영위원장이 손절매라도 시도했다는 이야기조차 들어본 바 없다.
 
이렇게 학문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인데, 금융노조 측의 경우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경영과 금융을 글로 배운 이 학자가 2010년 7월 국대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에 '낙하산'을 타고 왔다고 꼬집는다.

또 취임하자마자 국민은행 직원들을 '비만증 환자'로 몰아붙이며 경쟁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그가 추구했던 경쟁위주 경영은 상품 베끼기, 과도한 실적강요 문화, 자폭통장 양산 등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그의 취임 당시 5만원을 호가하던 주가가 취임 2년이 다 된 지금 4만원 밑으로 폭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도는 이유는 어윤대 회장이 경영 중 남긴 오점들을 메가뱅크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인 듯 싶다.

관계자들은 질보다 양을 늘려 자신의 실책을 덮어보겠다는 어윤대 회장의 심보가 보인다고 한다. 또 그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의 말대로 어 회장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가할 생각으로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다면 결국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유능을 증명하려다 또다른 오점을 남기게 될까 우려스럽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