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외환은행 홍보부, 왜 행장을 '그림자'로 만드나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IT부문 통합(혹은 업그레이드) 문제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간 갈등이 여전하다.

'한 지붕'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갈등의 이유는 결국 소통의 문제에 따른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하나지주 측이 최소 5년의 독립경영 보장 합의를 깨고 외환·하나은행의 전산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고 하고, 하나금융은 비용절감 차원에서의 업그레이드일 뿐 노조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느쪽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 도통 판단이 서질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이 얼마동안 유지되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노조와 하나지주 측이 협상을 하려는 모양새인데 외환은행 경영진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당연히 두번째다. 외환은행 노조 측의 주장대로 하나지주가 약속을 어기고 은행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문제라면 외환은행장이 나서는 것이 모양새만 보더라도 바람직하다. 반대로 하나지주 측의 입장이 맞다면 외환은행장은 노조와 지주사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입장은 무엇일까.

일단 그는 지난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2 KEB 한마음 전진대회'에서 "독립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은행장이 책임질 것이니 여러분들은 영업에만 매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T 통합 문제에 대해 "일부 직원들이 은행 통합으로 안다. 우리는 차세대 시스템을 2005년에, 하나는 2009년에 도입해서 바꿀때가 됐으니 업그레이드할 때 같이 하자는 것인데 IT 통합으로 알려져서 직원들과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12일 '하나·외환 여자농구단' 창단식 자리에서는 윤용로 은행장을 따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직원들이 두 은행의 IT를 통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설명하면 다 알아듣는다"며 "더 좋은 것(IT)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했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생겼다. 취재한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는데, 외환은행 홍보부에서 윤용로 행장 관련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지주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으니 삭제해도 무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마침 이날 저녁 본점 앞에서 노조 측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진행하던 차라, 직원들이 기사를 보면 윤 행장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아예 "행장님께서 워낙에 기자님들 질문에 말씀을 너무 잘해주시지 않느냐"며 "IT 문제에 대해서는 행장님을 그림자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은행 홍보부는 지난 '전진대회'에서 기자들의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윤용로 행장과의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아 기자들의 빈축을 샀었다. 당시 한 기자는 "따로 행장을 만나러 가려는데 막더라. 네번이나 요청해서 겨우 됐다"고 꼬집었다.

마치 홍보부가 소통을 막는 듯한 모양새인데, 이에 대해 일단 홍보부가 의식하는 노조 측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윤 행장의 입장은 한마디로 지주사 입장과 같기 때문에 노조와의 입장과는 상충되고, 따라서 홍보부가 노조 측과 같은 입장이라면 윤 행장의 입장이 대내외에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노조 한 관계자는 "론스타 투쟁때는 홍보부가 직원들의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자신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하나지주 쪽이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홍보부가 윤 행장 관련 기사 삭제를 부탁할 것이 아니라, 노조의 주장에 대한 반박 내지는 참고자료를 내야할 판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들도 외환은행 홍보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홍보부가 윤 행장에 대한 충성심으로,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등과 같은 조바심으로 그를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것일까.  

물론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을 문제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윤용로 행장은 '섬김의 리더십'을 구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본점 2000여 직원들과의 악수를 마다하지 않았고, 보수적인 업계 관행을 깨고 행장인 자신이 직접 광고에 나서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외환은행 경영진이 IT 통합 문제를 은행 노조와 지주사간 갈등으로 방치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홍보부는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해봤으면 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