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부출자회사가 맡게 될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어떻게 되나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사업) 복권 사업을 새로운 정부출자회사가 맡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담철곤 회장을 비롯한 오리온그룹 경영진의 비리·로비·횡령사건으로 현재 스포츠토토에 재직중인 300여명의 직원들이 잘못도 없이 내년 3월 직장을 잃을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 책임이 있는 그룹 측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얘기하고 있다. 지나봐야 알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성과 사업지속을 위해선 현 스포츠토토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윤관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공단과 협의를 거쳐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새로운 자회사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다음주쯤 발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출자해 국회, 감사원, 문화부의 감시를 받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사업 정상화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위탁운영비나 수수료 등 불필요한 운영경비를 줄일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2003년 당시 사업권자인 타이거풀스로부터 정관계 로비 의혹에 휘말리며 자본잠식(2002년 기준 자본총계 1천626억 원)에 빠진 스포츠토토를 300억원에 취득, 지분 46.8%를 확보해 9년간 운영해왔다. 스포츠토토는 2002년 10월 이후에는 10개월간 발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고, 당시 스포츠토토의 누적 적자만 2천억원이 넘어 오리온의 투자는 무모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2008년 누적적자를 모두 메우고, 2009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2월 말 스포츠토토와의 위탁계약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계약기간에 대해서는 올해 1월 협의하기로 하고 확정짓지 않았었다.

오리온은 지난달 30일 운영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스포츠토토의 모 회사인 오리온그룹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사건이 불거지자 투명하지 못한 기업에 공익사업을 맡길 수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됐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내부감사에 착수해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스포츠토토에 더 이상 사업권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 즉 수탁사업자의 요건을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이 있을 것'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룹 경영진, 회삿돈 횡령해 사적으로 사용

담철곤 회장은 회사 돈 300억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올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이 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고, 또 그룹의 위장계열사로부터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고급 외제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녀 통학용 등 사적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담 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난 2002년 10월 1일부터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으로 ㈜오리온과 스포츠토토, 스포츠토토 온라인 등 16개 계열사의 경영도 총괄해온 조경민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전 사장은 담 회장의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수 개월 만에 다시 쇠고랑을 찼다.

조 전 사장은 2007∼2009년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면서 경기도 포천의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1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자신의 친형 조모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스포츠토토 용지 등 공급계약을 부풀려서 발주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줘 회사 돈을 빼돌리고, 이 돈으로 형 조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과정에서 비자금 중 일부를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씨에게 주기 위한 명품 시계 등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는 진술이 나와 담 회장의 연루 가능성도 나왔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민체육공단은 사업자 선정이 순탄하지 않을 경우 오리온과 재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기존 사업자인 오리온이 한시적으로 운영을 맡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려 오리온과의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그룹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1~2년간 더 운영하게 됐다.

◆스포츠토토, 국내 체육계의 소중한 공익재원

지난 2001년 국내 스포츠 균형발전과 국민 건강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사업자다. 축구·야구·농구 등 6개 종목을 대상으로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적중도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체육복권이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의 최대주주로 스포츠토토의 지분 66.64%를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토토가 운영을 통해 마련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2011년까지 무려 2조7천214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1년부터 조성된 전체 국민체육진흥기금의 50%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스포츠토토는 투자 초기를 제외하고 연 2천500억원대의 매출과 평균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마련된 기금은 각종 경기단체를 후원하고, 시설확충, 우수선수 발굴, 비인기종목 지원 등에 쓰이며 국내 체육계의 소중한 공익재원이 되고 있다.

국민체육기금의 80%는 스포츠토토 사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스포츠토토의 이익이 오리온 경영진에 의해 그처럼 쓰였던 것.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스포츠토토 관련 횡령과 비자금 조성은 한 개인의 관리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문제로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났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스포츠토토가 지난 몇 년간 적자를 내지 않은 캐시카우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볼 순 없지만, 안정적인 수익원을 잃게 된다는 점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포츠토토의 강력한 경쟁자로 나타난 '불법 토토'에 맞서기 위한 노력이 없을 시 불법 토토에 밀려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법 토토는 경기 도중 추가 베팅이 가능한 '실시간 베팅'을 도입하는 등 스포츠토토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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