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아모레퍼시픽그룹, 내부거래로 '회사 이미지' 손상 우려

일감 몰아줌으로 오너 배불려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이 2조5천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이르는 국내 최대의 화장품 전문 기업 아모레퍼시픽그룹. 최근 경기 침체로 전산업 분야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재 중 유일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는 2015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7%를 달성해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에 진입하고, 오는 2020년에는 국내 6조원, 해외 5조원의 매출을 올려 3.8%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세계 7대 화장품 회사, 아시아 1위 화장품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 총 9개의 계열사(해외법인 제외)가 있고 지주회사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중 '퍼시픽패키지'와 '퍼시픽글라스', 그리고 방계회사인 '태신인팩'에 대한 내부거래 비율이 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일감을 몰아줌으로 오너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의 비판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유수의 기업에 비해 규모와 매출에서 뒤떨어짐에도 이처럼 문제시 되고 있는 이유는 내부거래와 오너가 출자 비율이 타기업에 비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그룹 내 지원없이는 자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회사들의 의존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먼저 포장인쇄 전문업체인 '퍼시픽패키지'는 그룹에 매출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35억원 중 373억원(85%)을 계열사 아모레퍼시픽(364억원), 태평양제약(9억원), 에뛰드(4천800만원)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초자용기, 합성수지, 알미늄 압금제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지난 2007년 4월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분할 신설된 회사인 '퍼시픽글라스'도 지난해 총 매출 611억원 가운데 301억원(49%)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거뒀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도 50~55%의 내부거래 비율을 유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 퍼시픽패키지에서는 222억원을 매입했으며, 퍼시픽글라스에서는 151억원을 매입했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퍼시픽패키지와 퍼시픽글라스의 지분 99.36%,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또 서 대표는 51.3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출자구조가 이같기 때문에 이들 회사가 서 대표의 개인회사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1975년 8월 설립됐고 쇼핑백·상자·팸플릿·정기간행물 등 제조와 판매를 영위하는 종합 패키지 업체인 '태신인팩'은 지난 2002년 태신인쇄공업에서 태신인팩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지난 2010년 3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태신인팩 지분 52.1%를 매입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태신인팩의 화장품 포장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퍼시픽패키지를 설립한 뒤 8월 다시 기존 대주주였던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에 매각했다. 인수 5개월 만에 분할 처분한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신인팩은 지난 2010년 매출 410억원 가운데 무려 93%인 382억원을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이 343억원으로 가장 많은 일감을 몰아줬고, 태평양제약(21억원), 퍼시픽패키지(9억원), 이니스프리(6억원), 아모스프로페셔널(2억원) 등이 매출을 올려줬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마몽드 등 자사의 여러가지 화장품 브랜드의 패키지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몰아주기는 지난 2001년 부터 90%대로 지속돼와 자생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태신인팩의 최대주주는 지분 88.33%를 차지하고 있는 서명현 대표인데, 서경배 대표와 서명현 대표는 친인척 관계로 알려져 있다. 태신인팩이 공시한 주주명부의 대주주와의 관계 란에 '친족'이라고 명시된 부분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태신인팩 지분은 지난 2009년까지 서경배 대표의 형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9.63%, 1만7천332주)과 누나 서송숙, 혜숙, 은숙(각각 6.5%, 1만1천734주)씨를 비롯해 매형 김의광, 최상용(각각 6.8%, 1만2천255주)씨도 태신인팩의 지분을 보유했다. 태신인팩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2억7천만원의 배당을 지급했고 지난 2009년에는 4천500만원을 배당했는데, 서씨 일가가 태신인팩 지분보유로 이처럼 배당을 챙겨간 것이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포장관련 분야에는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며 "태신인팩의 경우 자사가 요구하는 패키지 중에서 친환경, 향이나는 인쇄가 가능하고 특히 금박·인쇄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장품 용기 및 포장 관련해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소 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6일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서 대표의 상장사 보유지분 가치는 무려 2조9천541억원을 기록해 주식부자 4위에 올랐다. 3위를 차지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조9천829억원)과는 300억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같은 기록은 국내 굴지의 2세 경영자들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불황 속에서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화장품 업계의 저력을 반증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십억원의 세금이 추징되더라도 아모래퍼시픽그룹이 부담을 받지 않을 이유가 되는 부분인 것. 그러나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가 잔치를 벌였다는 점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악화는 그룹에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생산성 제고 효과가 총수 일가의 사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내부거래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또 이한득 LG 경제연구원 박사는 "내부거래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필요한 때도 있다. 수직 계열화된 기업, 가령 전자회사는 필요한 부품을 자회사의 연구개발을 통해 조달한다"며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고, 사익을 전제로 한 내부거래인지 아닌지, 모호한 부분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라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들이 계열사를 늘려 덩치를 키우고, 또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는 점으로 인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와 같은 상황은 비판대상이 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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