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핵심 기술을 빼앗는가 하면 최근 생필품에 대한 담합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다 철퇴를 맞았다. 심지어 소규모 영세가공업자가 아닌 대기업이 위탁 생산한 고춧가루에서 기준치를 넘는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기업이미지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기본마저도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 놀라울 뿐이다. 작년과 올해 기업윤리의 중요 키워드가 상생이었지만 결국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상생과 윤리경영을 다짐하면서 뒤로는 갖은 파렴치한 짓이 이어지고 있었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모든 대기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개혁을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최근 질타를 받고 있는 이러한 대기업들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8위권의 무역대국이란 대외 평판이 무색할 판이다.
광고업계는 이미 내부거래의 주요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건설, 물류, 시스템통합, 중소상권 유통 등에 있어서도 자사 계열사를 신규설립하고 수의계약형태를 통한 자사 신생기업 확대 및 오너쉽의 지배구조강화, 기타 불공정 거래 다수 발생을 통하여 기업생태계가 전방위 약육강식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협력업체의 기술을 가로채거나 인력을 스카우트해 비밀을 빼가는 사례는 꾸준하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대기업에 기술 유출 피해를 봤다는 중소업체는 조사대상의 12.5%에 달했다. 대기업의 횡포는 이뿐 아니다. 직접 돈을 뜯어내는 '삥뜯기'까지 성행한다. 백화점들이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입점 중소업체들에 부담시키고,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각종 판촉물을 강매하고 광고비 등을 갹출하는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피에스넷은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핵심기술을 무단으로 획득하고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대표적 사례다. 금융회사에 ATM을 설치ㆍ관리해주는 이 회사는 납품협력업체의 관련 핵심 기술을 불법 복제해 사용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롯데피에스넷은 처음엔 기술을 넘기라고 협력업체를 윽박지르다 거부하자 급기야 기술을 몰래 훔쳐낸 뒤 그것도 모자라 아예 협력업체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핵심 기술을 빼앗긴 해당 협력업체는 이로 인해 경찰 추산 75억원 상당의 손해를 보았다. 이런 정도의 타격이라면 웬만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다수의 중소업체들은 적발된 것보다 숨어 있는 사례가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에 일감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밉보이지 않기 위해 부당거래도 받아들이고, 심지어 담당자에게 뇌물 형태의 금품을 제공하면서도 쉬쉬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의 부당거래가 당국에 적발되더라도 행정조치로 끝나는 등 처벌이 가벼워 이런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대량 소비처인 제빵업체에 15억원을 물어주라는 엊그제 대법원 판결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두 회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 윤리는 내팽개친 채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이 때문에 특히 중소 제빵회사는 물론 동네 빵집과 분식집 등 대량 수요처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이 두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기업이다. 더욱이 CJ제일제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농약 고춧가루’ 지적을 받았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번 판결은 고질적 대기업 간 담합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뼈아픈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고, 담합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중소상권이 붕괴되고 다수의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가운데 대기업만 살아남게 된다면 결국 대기업들이 대외적으로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한 바와는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원망과 질타의 주요 대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도 기업의 성장단계에 있어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투명 경영과 혁신, 사회적 책임 등을 최고의 기업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이 필수다. 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결국 퇴출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던, 한강의 기적을 써나갔던 선친 기업인들의 수고를 헛되이 하는 후배 기업인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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