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재벌 총수들의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복권의 영향이 매우 크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는데, 법원은 재벌 총수에게는 경제논리 등의 이유로 지나치게 관대한 솜방망이 판결을 지속했다. 지난 20년간 법원은 재벌총수들의 범죄에 대해 단죄는커녕 특별사면이라는 특혜를 남발했고, 재벌들은 대대손손 경영권까지 세습하면서 범죄를 저질러도 실형을 면하는 무소불위의 특권계급이 됐다.
이에,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前 국민권익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낮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횡령·배임했던 대기업 총수들을 계속 풀어주고 사면복권해주기 때문이다"며 "판사들 머릿속에는 '대기업 총수에게 중형을 선고하면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왜 맨날 그러는지, 우리나라 양형은 너무 낮고 온정적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경영진의 범죄에 대해서는 엄벌로 다스려 재발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미국의 월드컴 CEO는 110억달러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25년의 징역형을 받았고, '미국 최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유명한 엔론社 前 CEO 제프리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하면서, 재벌 총수일가의 범죄에 대한 불관용에 대해 새누리당까지도 동의하고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법원도 재벌총수 범죄에 대한 관용을 청산하고 엄벌로 응답해 재벌총수 범죄 근절에 나설 때가 됐다.
현재 재벌총수 일가의 범죄에 대해 1심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 3부자, 2심에는 태광그룹 이호진 前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 태광산업 前 상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재판 중이다.
지난 2월 1심에서는 태광그룹 이호진 前 회장과 모친의 실형 및 법정구속을 필두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법원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실형으로 엄벌한 경우가 없다.
이호진 前 회장과 이선애 前 상무는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흑자 회사에서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도 회삿돈을 횡령하고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 어린 아들에게 편법상속하기 위해 개인회사를 만들어 일감몰아주기를 했다.
태광그룹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2001년 10월 향후 적자예상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실시했고, 흥국생명은 2005년 1월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강행해 직원들에게는 살인과 같은 해고를 남발했다.
하지만 이호진 前 회장과 이선애 前 상무는 건강을 이유로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통해 수감생활을 각각 69일, 60일밖에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직 대형로펌을 통해 건강 이유를 들며 법원에서 '살려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범죄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 구제는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이호진 前 회장의 경우 둘째 누나 이재훈씨와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선대 비자금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맹희 CJ 명예회장간 상속소송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천민재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태광그룹 이호진 일가에 대해 엄벌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대법원은 재벌들의 특혜판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2009년 양형기준을 새롭게 개정했다. 50억원 이상 이득을 얻은 경우는 실형을, 300억원 이상 이득을 얻었다면 최고 징역 11년까지 선고하게 한 것이다.
감경요소로는 △사실상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가담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함 △임무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등이 있으며, 가중요소에는 △대량 피해자(근로자·주주·채권자 등 포함) 발생 △동종 누범 △횡령 범행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태광그룹 이호진 일가는 감경요수는 없고, 오히려 가중요소만 있다. 누가 봐도 죄질이 좋지 않고, 무엇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특히 이호진 前 회장은 흥국생명의 일시납계약을 통한 수당을 착복해 지난 2004년 5월 특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저축관련부당행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처벌 이후에도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동종 누범에 해당된다. 따라서 형량은 7~11년 사이에서 정해져야 하는데, 1심은 징역 4년6개월로 오히려 감경해줬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호진 前 회장에게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 이선애 前 상무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일 선거공판에서 최소한 검찰의 구형대로 선고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경제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재벌총수들을 범죄 불관용 법안과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엄벌함으로써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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