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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음악' 세계적 추세
현대 많은 록들은 정통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장르를 끌어들이는데 혈안이다. 지금 국내외 록 그룹들을 보라. 대부분은 밴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융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록 이미지를 구현한다. 물론 갤럭시 익스프레스나 스트록스처럼 가장 원시적인 록의 형태를 지닌 채 대중과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행하는 그룹도 있으나, 많은 그룹들은 계속 사운드를 실험하고 구성을 덧입히고 복합적인 운영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자체적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중 정통 록으로 출발한 많은 그룹들은 일렉트로닉 같은 풍부한 사운드를 도입해 나름의 독창성을 확보하려 한다. 라디오헤드나 콜드플레이, 뮤즈 등 현존 최고의 슈퍼 록 그룹들과 칵스 같은 국내 밴드들이 일렉트로닉의 흔적을 이식해 밴드의 생존을 모색하는 것은 이 시대 유행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직설적인 록 흡입력 강한 힙합의 만남
하이브리드(Hybrid•융합) 음악은 이제 퓨전 음식처럼 일상의 유행으로 인식되고 있다. 재즈에 비트를 붙여 재즈 힙합을 만들고, 백인의 록에 흑인의 솔(Soul)을 이입해 독특한 ‘짬뽕 음악’으로 태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 또 하나의 하이브리드 음악이 있다. 록과 힙합의 만남이 그것이다.
이 두 장르의 만남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섞임의 미학이 도드라진다. 우선 가장 큰 유사성은 두 장르 모두 메시지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은유나 포장의 기술로 듣는 이를 현혹하지 않고, 직설적이고 화끈하게 쏟아 붓는 메시지의 정직성은 어느 장르에서도 흉내내기 힘든 가치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집중력과 보편성에서 뛰어난 장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맥박 속도와 비슷한 리듬을 지닌 힙합, 8비트로 정형화된 리듬이 강점인 록은 모두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대중을 넓게 끌어안는 주요 장르로 파악되고 있다.
린킨 파크나 림프 비즈킷처럼 록에 힙합을 품은 록밴드의 공연을 보면, 듣는 이의 가슴 밑바닥까지 쓸어올리는 그 마술같은 흡인력에 놀라게 된다. 잘근 잘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힙합 메시지에 이어 후렴에서 파도처럼 몰아치는 전자 기타의 강렬한 록 리듬이 몰아칠때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되기 쉽다.
기본•능력•태도에서 검증된 YB와 리쌍의 `미친 무대'
국내에서 좀처럼 시도 되지 않았던 록과 힙합의 선두주자들이 의기투합해 `공연'을 펼치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시도이자 실험이다. 한국에도 린킨 파크와 같은 강렬하고 세련되고 일체감을 부여하는 무대가 펼쳐질 수 있을까. 한국 록밴드의 자존심 YB와 매 음반마다 트렌드세터의 위상을 잃지 않는 힙합계의 절대 강자 리쌍의 합동 무대는 강렬함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척박한 국내 하이브리드 공연에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는 현장이다. 23에서 25일까지 3일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들의 합동공연 `닥공'(닥치고 공연)은 공연명이 의미하는 그대로, 묻지 않고 그냥 듣고 즐기면 된다.
YB는 리쌍의 정규 8집의 수록곡 `썸데이(Someday)'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YB의 리더 윤도현은 싸이의 6집의 `네버 세이 굿바이(Never Say Goodbye)'에 참여해 찰떡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이는 록밴드 YB가 계속 힙하퍼와의 연대를 통해 하이브리드 음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의 무대가 관심을 끄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압축된다.
첫째, 두 그룹 모두 히트곡이 많다는 점이다. `사랑 TWO' `너를 보내고' `잊을게' `Stay Alive' `나는 나비'(이상 YB), `내가 웃는게 아니야' `티비를 껐네' `발레리노' `광대'(이상 리쌍) 등 대중에게 쉽게 각인되는 히트곡들이 많아 노래가 흐르는 내내 무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무대에서 하이라이트격인 두 그룹의 신명나는 합동 무대에선 이들의 또다른 히트곡들이 색다른 편곡을 통해 강렬하게 채색될 예정이다. 록과 힙합이 히트곡을 통해 만났을 때 어떤 에너지와 시너지로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릴 수 있는지를 감상하는 좋은 기회인 셈.
둘째, 두 그룹은 각각의 장르에 맞는 기본을 튼튼하게 갖췄다는 점이다. 보컬리스트로서 윤도현의 창법은 스트레이트하게 뻗어가는 `직선 타구'가 원초적으로 발산돼 록의 개념에 충실하고, 윤도현을 받쳐주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묵직한 연주 역시 정통 록의 기운을 잃지 않는다. 리쌍(길, 개리)은 힙합에서 필요한 모든 재료를 충실히 사용한다. 한발짝 앞서가는 사운드와 입맞에 맞는 대중적 멜로디를 엮는 길의 프로듀서적 능력, 라임(Rhyme)과 플로우(Flow)에서 독창성을 자랑하는 개리의 메시지 운용 능력은 힙합이 가장 대중적인 장르의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왔다. 실연 사운드에 재능이 뛰어난 YB 멤버들과 컴퓨터 사운드에 일가견이 있는 리쌍 멤버들의 조화로운 화음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또 랩에서 슬픈 기운을 넣어 감정 조절까지 수월하게 하는 개리에 이어 구수하고 맛깔난 창법을 구사하는 길과 윤도현의 멋진 협력을 구경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으로 다가올 법하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무대 경력이 많은 관록의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1997년 데뷔한 YB, 2002년 데뷔한 리쌍은 모두 10년 이상의 활동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 사이 이들은 100석 짜리 소규모 공연에서 1만석짜리 큰 공연까지 모든 공연을 `투어'할 정도로 무대를 꾸리고 완성하는 법을 잘 아는 뮤지션들이다. 타고난 능력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없는 허점과 한계를 이들은 잘 꿰뚫어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YB와 리쌍의 개별 무대를 놓고 봐도, 이들이 전하는 재미와 감동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이미 확인됐던 터다.
현장감•원시성에 뛰어난 감각의 뮤지션들
공연은 무엇보다 리얼리티가 주는 현장감, 있는 그대로의 사운드를 흡입할 수 있는 원시성, 그리고 아티스트의 무대매너가 중요한 법이다. `무대에서 죽자'고 외치는 로커와 힙하퍼의 상통하는 태도에서 벌써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들이 제대로 수놓은 공연 콘텐츠와 능력까지 고려할 경우 도대체 어떤 폭발력을 지니게 될까. 그들의 넘치는 기운 때문에, 관객들이 먼저 지쳐 떨어지지않을까 내심 걱정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 음악의 성공 가능성을 이들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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