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상생 보다 영업권 보호 택한 아모레퍼시픽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최근 화장품전문점협회가 화장품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포함시키려 했던 것을 포기했다. 전문점협회는 아모레퍼시픽에 대기업 전용제품 출시를 요구했으나 아모레퍼시픽은 전용 브랜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사 브랜드숍 '아리따움'의 영업권 보호를 내세우며 전용 브랜드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전문점협회는 이같은 상황에서 적합업종 선정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신청을 포기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전문점협회는 화장품 대기업들이 종합전문점에 제품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경영상의 문제가 생긴 만큼 아모레퍼시픽 등이 전문점을 위한 전용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고 그에 맞는 별도의 영업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었다. 대기업들이 제품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며 야기된 일반 전문점의 영업애로를 해소하고 고객의 구매편의를 향상시킨다는 취지였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도 전문점협회는 물론 대기업 및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청취하고 산업 전반에 걸친 리서치를 진행하는 등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타당성 검토 작업을 벌였고 유통가의 관심도 고조됐었다.

업계도 전문점협회의 주장이 그대로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논의해 보자는 말 조차 없었다. 상생 보다는 가맹점인 아리따움의 영업권 보호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이에 전문점협회는 조금의 희망도 갖을 수 없었다.

또 동반위의 용역을 받아 화장품 소매업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던 중소기업연구원은 전용브랜드 출시와 관련해 "단순히 전문점 전용 브랜드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홍보하고 육성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투자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한 바 있는데,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이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점협회는 지난해 8월 동반위가 각 중소기업자단체들을 대상으로 신청접수를 받을 당시 화장품 소매업 분야 대표 단체로 준비에 착수했다. 전문점협회 측은 당시 "화장품전문점 경영주들 역시 영세 소상공인으로서 대기업들이 잇따라 화장품 소매 분야에까지 진출함으로써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화장품 소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상생의 길이 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점협회는 화장품 소매업 분야에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공생발전을 위한 협력 및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대기업들이 이미 활발히 진출해 화장품 소매 분야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철수와 같은 강경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었다.

브랜드 인지도 및 광고 모델의 활동 여부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화장품 유통 시장 특성상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수년 전부터 자사의 프랜차이즈 혹은 파트너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전문점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전문점협회는 합리적인 방법으로서 프랜차이즈를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니, 대기업들이 전문점에만 공급할 별도의 브랜드를 내놓는 것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전문점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포함해 찾아보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20년까지 자사를 세계 7대 화장품 회사로 만들겠다를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대기업들이 제품공급을 포함한 영업정책 변화를 통해 전문점과의 상생을 실천하면 점점 더 치열해지는 해외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막강한 우군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길을 포기했다. 일본 1등 화장품기업인 '시세이도'가 전국의 화장품판매자조합연합회(CRC)를 통해 전문점용 브랜드인 '기료(KIRYO)'를 만들어 독점 공급하면서 상생을 실천했던 것과 같은 요구가 아모레퍼시픽에겐 어려운 일일까.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