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삼성을 위한 '무늬만' 금산분리 강화 정책

'단독금융회사 기준'은 무엇?…지금과 달라지는 것 없어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둘러싸고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해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5%까지 강화하겠다고 나와 있는데, '단독금융회사 기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단독금융회사 기준이라는 문구를 포함한 것 자체가 금산분리 강화에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제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금산분리 강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작년 새누리당은 금산분리 강화 정책을 대선공약으로 추진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작년 8월말 금산분리 규제 강화와 관련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 이하로 제한해 2009년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이전 상태로 원상복귀 ▲2009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허용된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자회사 소유와 대칭적으로 공정거래법에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되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을 현행보다 축소하는 것을 제안했다.

특히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과 관련,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로서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임원의 선·해임, 정관변경, 합병·영업양도 등 이른바 경영권 변동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지분율 1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축소해 금산분리의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2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의 출자 등 자본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현행 내부지분율 15%에서 5%로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는 경실모 제5호 법안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기간 중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과 관련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당선인 간의 기존 순환출자분 해소와 관련 불협화음이 있었고, 이후 정책의 방향은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의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 작년 11월16일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의 상당수는 경실모를 통해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추진하던 제안을 대폭 손질한 채로 발표되기에 이른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방안도 그 중 하나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축소 방안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으로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 삼성그룹인데, 박근혜 당선인 공약대로 '단독금융회사 기준'을 추가해 5%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7.5% 보유한 삼성생명의 의결권만 5%로 축소되고 삼성화재(1.3%) 등의 의결권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 11조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를 내부지분율 15%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현재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8.9%,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8.8%를 합산하면 내부지분율이 17.7%에 이르지만 15%까지만 삼성전자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2.7%의 의결권은 제한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의 의결권만 2.5%p(7.5% 중 5%만 허용) 축소되는데, 이는 오히려 삼성생명의 의결권을 0.2%p 더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금융회사 전체로 묶어 5%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 제3호 단서의 '100분의 15'를 단순히 '100분의 5'로 한다면 이는 상당한 수준의 금산분리 강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하지 않은 단순한 금융·보험회사 지분의 합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산분리 강화라는 공약이 제안됐다면, 실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추진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 없던 '단독금융회사' 또는 금융회사 전체로 묶어 5%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금산분리 강화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경실모에서 제안했던 금산분리 강화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