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은행들, 신용평가등급의 기준이 뭔가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카드대금이 하루 연체됐는데, 우대금리가 사라졌다", "연체되어 신용등급이 떨어졌는데, 연체가 해소됐는데도 등급은 그대로 안올라간다"

금융사의 신용등급 평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금융사의 신용등급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등급 평가 점수가 어떻게 산출되고 어떤 금융거래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지도 모른 채, 금융회사가 등급을 메기는 대로 '신용등급'이 분류돼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거래정보, 상환능력정보와 신용평가사(CB)의 신용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가능여부, 금액, 금리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상환이력, 소득복원 등 우량정보 보다는 축적된 연체정보, 채무불이행이력 등 부정적인 정보에 치중돼 산출된 신용위험성을 표시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연체경력이 있거나 소득구조가 취약한 소비자는 제도권 금융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일시적 자금수요, 자녀 등록금마련 등을 위해 현금서비스를 많이 받는 경우, 통장자동대출잔액이 계속 증가하는 경우, 대출 신용카드의 연체,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부동산채권가압류 등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2 금융권 신용조회, 특히 대부업체 신용조회사실 자체만으로도 신용등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량정보공유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부정적인 정보는 신용등급에 탄력적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그 사유가 해제돼도 비탄력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신용여신 한도축소 및 금리인상 등 불이익을 받는다.
 
부당한 신용등급 적용 민원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민원인 전모씨는 주택구입 부족자금 마련을 위해 A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7200만원을 신청하면서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금리 0.3%을 우대받아 이용하던 중, 카드대금 1일 연체로 우대금리 혜택이 없어진 것이 6 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어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개인사업자 양모씨는 B은행에서 기업대출을 받아 이용하던 중 약간의 연체로 신용등급이 급격히 하락됐지만 연체가 해소돼도 등급이 올라가지 않고 고금리를 부담하다가 결국 은행에서 밀려났다.

다른 개인사업자 김모씨는 C은행에서 기업대출을 받아 이용하던 중 자금사정 악화로 이자연체를 3회 이상 해 삼진아웃 대상업체로 분류됐다. 1일만 연체해도 대출원금에 대해 연체이자(기업대출은 연체일수 15일 경과 시 원금연체)를 부담했고, 연장 시 신용등급 하락으로 한도 감액 및 고율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개인의 신용등급별 금리차이는 담보대출인 경우 적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동일금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반면, 신용대출은 3등급 까지는 금리차가 없지만 4등급부터 등급이 하락할수록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담보대출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높다.
 
개인신용등급별 금리차이를 A은행의 예를 보면, 1등급 신용대출금리는 5.98%인 반면, 5등급은 여기에 0.61%, 7등급은 1.07%, 9등급은 1.89%가 더 높다.
 
반면 중소기업은 담보대출도 신용대출처럼 3등급까지는 1등급과 금리차이는 없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록 상당한 금리차이가 나고,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금리상승과 신용등급 회복의 경직성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의 신용등급별 금리차이는 개인신용등급에 비해 과도하고,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등급별 금리차이가 역전하는 등 채무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반영하기 보다는 수익성에 치중된 독점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등급을 구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지난해 4분기에 취급한 중소기업 운전자금대출 금리구간별 취급액 비중을 보면 금리 6% 미만이 67~83%으로 신용대출은 5등급, 담보대출은 6등급 이하는 고금리로 대출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부채증가, 연체이력 등 부정적인 신용정보로 신용등급 하락, 금리 상승, 재무 안전성 저하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등급간의 금리격차를 줄이고, 신용등급 회복의 탄력성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의 신용등급별 금리차는 KB국민은행의 경우 1~3등급 금리가 5.12%이고, 4등급은 0.82%, 5등급은 4.13%, 6등급은 6.53%, 7~10등급은 7.59%가 더 높다. 이는 지난 25일 은행연합회 중소기업대출금리공시를 근거로 산출한 것이다.
 
금융사는 소비자의 대출카드연체 정보, 현금서비스 정보, 대부업체 신용정보, 세금 및 공과금 체납 등의 부정적인 신용정보를 축적하고 교환해 신용등급에 즉시 반영하지만, 그 사유가 해제되면 이를 즉시 반영하지 않아 신용등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이를 즉시 회복시키고 신용등급간 금리차이를 축소해 금리부담을 경감시켜야 하고, 상환실적과 소득, 자산 등 변화된 우량정보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신용등급 상승이 원활하게 함으로써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도 제도 금융권 이용이 가능하게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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