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제 핵실험을 강행했다.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향후 한반도의 지역정세는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형국이 됐다. 그간 남북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로 북핵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진영(陣營) 논리가 얼마나 무모했는 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실험에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다종화된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발표해 기존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HEU)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 의도도 과거처럼 자명하다. 내부적으로 불안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국과 양자 담판에 나서겠다는 속셈이다. 이제 유일 지배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써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공약이 출범도 하기전에 중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는 강력한 억제력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박 당선인의 북핵문제에 대한 복안은 억지(抑止)를 바탕으로 협상의 다각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환언하면, ‘채찍과 당근’을 구사하는 상호주의(相互主義, reciprocity)에 입각하여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는 전략적 접근 방안이다. 원래 상호주의란 국가간에 등가(等價)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주의로 외교의 기본적인 원리의 하나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 자체가 세습체제의 근간이자 대미·대남 전략의 핵심이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남북 평화공존을 모색해야 된다. 과거에 일방적으로 퍼준 ‘포괄적 상호주의’로는 북한의 잘못된 버릇을 고칠 수 없어 더 이상은 안된다. 대북제재나 강경책을 구사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양동작전을 펼쳐야 한다. 상황에 맞는 신축적(탄력적)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12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여 대북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회차원의 초당적 대처로 시의 적절했다.
향후 남북관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포괄적 상호주의’와 이명박 정부의 ‘비탄력적 상호주의’ 일변도를 벗어나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호주의 접근 방안이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없고 초당적 대처와 강력한 리더십만이 필요하다. 그런 기틀위에서 구사되는 신축적 상호주의가 매번 채찍을 역선택하는 북한핵 억지를 억지(抑止)한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인도적 대북지원은 중단없이 진행돼야 하는 전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나라에서 새 정부가 추진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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