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지난 15일 경상남도 거제에서 CU(씨유) 편의점을 운영하던 가맹점주 임영민(32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임 씨가 숨진 건 지난 1월 15일이었다. 2달이 지난 뒤 세상에 알려진 것이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17일 경복궁역 1번 출구 CU 편의점 앞에서 '거제 편의점주 사망에 대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안타까움 죽음으로 현대판 '지주-노예' 관계로 여겨지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깊게 봐야만 한다는 것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의 죽음을 단순한 자살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CU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갈등 문제로 이미 지난해 언론에 한 차례 지적이 됐었다. 과거 훼미리마트에서 현재의 CU로 사명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브랜드 교체에 불만을 가진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인 일인데, 21일 홍보팀에 따르면 현재 소송을 취하한 점주들도 있는 상황이나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은 지난 2005년 옛 LG25의 상호가 현 GS25로 변경되는 것에 반발한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브랜드명을 변경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손해를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가맹점주와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 선례로 나오며 논란이 증폭됐었다.
중요한 건, 한 가맹점주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편의점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일 것이다. 그는 늘 적자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급여도 밀리지 않고 지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채를 써 해결된 일이었다고 한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금(770만 원-부가세 포함), 상품보증금(1400만 원) 등 2170만 원 가량의 비교적 저렴한 투자금이 소요돼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이유로(임차보증금 및 권리금 별도) 2010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상위 5개사의 전체 매장수로만 2008년 1만1802개에서 지난해 10월 말 현재 2만3687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난 탓에 구직이 어려워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20~30대 편의점 가맹점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CU의 경우 지난해 1월에서 8월까지 20대 점주 창업 건수가 201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 늘었고 30대 점주들의 창업도 22% 증가했다. 임 씨의 편의점이 있던 거제 지역도 2001년 4개에 불과했던 편의점이 10년 새 50배가 증가해 4대 메이저 편의점이 200개를 돌파했다.
이처럼 가맹점주들이 늘어가는 이유는 본사가 500~600만원의 순이익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임 씨의 1일 매출은 70만 원 정도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이익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배분하는 가맹계약을 맺고 있어 점주가 한 달 기준 2100만 원 벌어 부가가치세를 제하고 본부에 가맹점 로열티를 35%를 떼 주면 1240만 원 정도가 남게 된다.
그는 편의점을 열기 전 삼성중공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 때문에 직장을 잃고 생계유지를 위해 불안정한 직장생활과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고 한다. 점차 구직난이 거세져 초기 투자금만 있으면 내 가게를 운영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소자본 창업 열풍에 뛰어들었고, 창업을 위해 빚을 져가며 편의점을 열었다. 그러나 임 씨의 처음의 기대는 편의점을 개점한지 불과 3개월도 안 돼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사람은 죽어 돌아오지 않는데 그가 남긴 휴대폰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대부업체로부터 대출금 상환 독촉 문자와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꿈을 품고 편의점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적자로 사채까지 쓰게 되어 빚은 더욱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가맹본부로서는 가맹점주가 죽던 말던, 편의점이 늘어나 매출액 35%를 판매 수수료로 떼가기 때문에 편의점 영업지역을 보호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분별하게 출점 및 개점을 추진하고 있다. CU는 얼마 전 편의점 8000호 점을 개설했다며 플래카드 걸며 자축하기도 했다. 35%의 가맹점 로열티 탈취도 과도해 보인다. 여기에서 상품 공급비용을 제하고 나면 평균 320만 원 정도가 남는데 인건비, 월세, 전기료, 시설유지보수비 등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다. 24시간 365일 장사하며 점주가 15시간 넘게 일하는데 오히려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편의점은 심야에 손님이 없는 경우라도 24시간 강제영업 규정 때문에 문을 열어야 한다. 가맹본부는 24시간 영업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가맹점주에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계약해지를 협박하기도 한다. 24시간 영업해 매출이 오른다면 당연히 장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임 씨의 편의점 야간 매출액은 야간 운영을 위한 관리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점차 누적되는 적자 보전을 위해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했다. 24시간 365일 편의점에 갇혀 그는 하루 생활비와 아르바이트 급여를 마련하기 위해 혼자 고민해야 했다. 폐점하려 해도 5년 계약을 지키지 않아 가맹본부가 한 점포를 통해 얻는 기대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며 수천만 원이라는 폐점 위약금을 가맹본부에 배상해야 하므로 뜻대로 폐점도 할 수 없다.
이처럼 2만3000여 개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24시간 강제영업, 영업지역 미보호, 과도한 이익배분율, 매출이 오르지 않아 폐점하려 해도 과다한 위약금 등과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겨울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거리로 나와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해 가맹점주 권익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3달이 지난 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50미터 이내 동일 브랜드 편의점 출점 제한, 과다 위약금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말 그대로 기준안일 뿐이다. 더구나 이미 서울과 수도권은 편의점 포화상태라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설 곳이 없다. 또 동일 브랜드 편의점을 제한한다고 해도 타사 편의점이 출점할 경우 이 기준안대로라면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조치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편의점 50%가 100~200만 원 이하 수입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가맹사업법의 개정으로 가맹본부들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가맹점주 수탈 행위가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민병두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주요 내용은 ▲24시간 강제 노동 금지 ▲가맹계약서 사전등록 의무화 ▲과도한 위약금 금지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결성-협의-협약체결권 보장 ▲가맹점주 속이는 허위과장 정보제공의 경우, 형사처벌 및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 일은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불합리한 계약관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또한 관리감독 주체인 정부 당국이 대기업식 프랜차이즈 활성화를 지원하는 반면 관리감독에는 소홀한 직무유기를 저질러 온 것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유족들은 가맹사업 문제의 근원적 해결과 가맹사업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있는 CU 본사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죄와 보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성의있는 보상, 그리고 불공정행위를 개선하는 조치에 나서야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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