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대기업 편법증여 알고도 방치했다

박근혜 정부 공적 1호는 부처 이기주의다

감사원 감사결과 과세 당국이 대기업의 편법 증여를 사전에 알고도 방치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감사원의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에서 재벌 총수 일가들이 자녀 소유 비상장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세금없는 대물림이 횡행하고 있었는데도 국세청은 뒷짐만 진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후속 조치로 과세당국에 일감몰아주기와 내부정보 이용 등을 한 9개 재벌일가들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22건의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이번 감사결과는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기재부)의 ‘핑퐁치기’로 예고된 결과였다. 2004년부터 기재부에서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를 위해 증여세 과세 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 증여시기와 증여이익 산정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사실조사도 미루고 결국 증여세를 징수치 않았다.

기재부도 국세청이 사실 판단할 사항이라며 소극적인 법 운영으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종이 호랑이’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타파할 대표적인 부처 이기주의 공적 1호다. 이러고도 과연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004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법상 ‘증여’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아 변칙 증여행위가 발생할때마다 증여 규정을 신설·보완하는 땜질처방식으로 과세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론 변칙증여에 대한 소급과세가 불가능해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종 변칙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문제점으로 노정되자 국회에서 2003년 12월 상증법에 ‘증여’의 개념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했다. 

이에따라 상증법 제2조3항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과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증여세 과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키 위해 기존의 열거규정 16개를 예시조항으로 전환했다.

이에 의거해 국세청은 편법적 부의 이전 사례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증여세를 적극적으로 부과하고, 기재부는 과세요건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 사전적·사후적 증여세 징수 예측 가능성을 높였어야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사실조사를 통해 합리적 방법으로 증여가액 산정이 가능하다면 상증법 제2조3항을 적용해 징수가 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고 국세청은 증여가액 산정 등을 법령에서 정해야 부과할 수 있다며 버텼다.

그 결과 완전포괄주의 도입후 9년여가 경과했음에도 16개 예시 규정 이외에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와 일감떼어주기가 떼극성을 부렸지만 국세청은 단 한 건도 증여세를 과세치 않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탈루 규모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어찌 이뿐이랴. 

재벌 일가들의 돈벌이와 교묘한 증여행위를 묵인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들의 탈세 유형은 조세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첨단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과세 당국의 행위는 늑장 대처와 게걸음이었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지적된 편법 증여 유형은 특수관계자가 설립한 비상장법인과의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일감떼어주기,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 주식변동 사후관리 소홀로 증여세 미징수, 특수관계인에 대한 저가양도에 따른 양도세 부족징수, 감자에 따른 법인세 부족징수 등이다.

이번에 문제된 재벌들의 신종 탈세 유형은 너무 교묘해 알기쉬운 ‘일감몰아주기’와 ‘일감떼어주기’ 사례를 들어보자.

2001년 2월 A그룹 최대주주와 그의 아들은 비상장법인 B사를 설립한 A그룹의 경제적 지배력을 활용해 B사에 계열회사 물류관련 업무를 몰빵으로 밀었다. 그 결과 B사에 대한 아들의 최초 출자액은 20억원이었으나 2004년 이후 2조원대로 주식가치가 1,000배 뻥튀기 되었다.

다음은 일감떼어주기 사례다. K그룹 최대주주의 아들·부인·손자 등은 비상장법인 L사 등 2개 회사를 설립해 2005년 4월 K그룹 계열사가 직영하던 영화관내 매장 등을 L사 등 2개 회사에 낮은 임대료로 임대해 현금배당 280억원과 주식가치 상승으로 782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경제개혁연대(경개연)은 어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추정한 9개 법인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 SK그룹의 SK C&C ▲ CJ그룹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 GS그룹의 GS아이티엠 ▲ 동국제강그룹의 디케이에스앤드 그리고 일감 떼어주기는 ▲ 롯데그룹의 시네마통상 ▲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베이커리 ▲ STX그룹의 STX건설  내부정보 이용은 ▲ 대선주조를 들었다.

그러면서 경개연은 그동안 ‘재벌 총수 일가의 문제성 주식거래’에 대해 지적한 것에 비하면 감사원 감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세청은 여타 의심사례에 대해서도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세기본법 제26조2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증여세를 포탈하는 경우 제척사유에 해당되어 소멸시효는 15년이다. 국세청은 이번 감사결과에서 문제된 9개 재벌들에 대해 전방위로 나서 과세하고 관련자들을 형사고발 조치해야 한다.

그리고 감사원도 과세당국 관련자들을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문책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 일벌백계만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된다.

경제민주화의 주요 골자는 재벌 총수들의 세금없는 대물림 방지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내부거래 차단, 골목상권 진출 제한 등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민주화법 아무리 외치면 뭘하나. 현행법도 부처 이기주의로 제대로 집행 못하고 있는 데.

법제도 이전에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경제민주화도 재벌 규제도 부패와의 전쟁도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올들어 격무로 복지 전담 공무원이 3명씩이나 자살했다. 당장 재벌들의 편법 증여 탈루세금을 거둬들여 복지 담당 공무원들을 대폭 확충하면 그만큼 사회적 약자들에게 배려의 손길이 미칠 것이다.

재벌들에 대한 경제 정의를 실현해 세수도 늘리고 그물망 복지도 쫒는 창조 기재부와 국세청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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