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고리원전 납품비리 어디까지… 파보니 또 나오네

엉터리 부품 납품했다가 다시 빼내 재납품… 22억 챙겨

조영진 기자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납품비리가 끝이 없다. 고구마처럼 파면 팔수록 또 나와 썩을 대로 썩어 있는 원전당국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의 수사결과에서 고리원전에 엉터리 부품을 납품했다가 몰래 빼내 재납품해 22억원을 챙긴 사실이 발표됐다.

특히 한 납품업체는 부품 개발이나 제조 능력이 없는데도 우수업체로 선정돼 연구개발비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고리원전은 물론 영광원전에도 대거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리원전의 납품비리는 부품 빼돌리기와 위조 시험성적서 사용, 부정 낙찰 등 세 가지 수법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납품비리를 위해 약 200건의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김욱준 부장검사)는 고리원전 납품비리와 관련해 신모(46·구속) 전 고리원전 과장과 임모(49) 과장, 납품 업체 대표 등 13명을 구속(4명) 또는 불구속 기소(9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신씨는 납품업체인 K사 대표 이모(60·여)씨와 짜고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 고리원전 3∼4호기에 납품했던 저압 터빈 밸브(수증기 유입 조절) 12대를 수리 또는 성능검사 명목으로 빼돌린 뒤 9대를 재포장하거나 그대로 재납품, 22억5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제조설비도 없는 K사를 국산화 업체로 선정되도록 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협력연구개발비 1억6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납품된 부품은 국내 중견기업인 P사가 제조했고 P사는 재납품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또 H사 대표 황모(55·구속)씨와 공모해 2008년 1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고리원전 3∼4호기에 납품했던 재킹 오일 펌프(터빈에 오일 공급) 5대를 수리 명목 등으로 빼돌려 재납품하고 불량 펌프 11대를 수리도 하지 않고 재납품해 4억75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고리원전 과장인 임씨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황씨로부터 인수검사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15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H사가 납품한 재킹 오일 펌프 17대는 모두 아예 사용하지 못할만큼 불량상태가 심각한 제품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자로 냉각제 펌프의 임펠러나 순환수 펌프 등에 대한 시험 성적서 193부를 위조해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 41차례 납품, 160억1600만원을 챙긴 E사와 F사 임직원 4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납품업체 2곳은 기존 제품이나 다른 제품의 시험성적서에 날짜나 제품명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뒤 160억원이 넘는 납품대금을 챙긴 것.

검찰은 이와 함께 지역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고리원전 근처에 유령 회사를 만들어 가짜 사무실을 낸 뒤 입찰에 참가해 433차례에 걸쳐 186억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한 혐의(입찰방해)로 G사와 H사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적발됐고 검찰이 추가 수사를 벌여 밝혀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