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 교만과 천박이 선대재산 날린다

◆ 경제민주화에는 속도조절 키가 없다

배고픈 것은 해결해 줄 수 있어도 배아픈 것은 해소할 수 없다. 몇 개월전 전경련의 한 인사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을 되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는 완전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28일 정부가 확정한 경제민주화는 ▲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 권익보호 ▲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선 ▲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행위 근절 ▲ 기업지배구조 개선 ▲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이 주요 골자다. 키워드는 갑의 횡포 방지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철퇴다.

도를 넘은 갑의 횡포와 영훈국제중학교 부정입학, 비자금 조성과 조세피난처의 탈세의혹을 받고 있는 CJ 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의 압수수색 사태는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있다. 일련의 사건들 모두 일그러진 재벌 총수 일가들의 부도덕성으로 빚어진 것임에도 을인 대다수 국민들이 배고프다는 둥 배아프다는 둥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솔직히 대다수 국민들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재벌 기업 오너 일가들이 무슨 짓을 하든 별 관심이 없고 피곤하다. 그저 대기업들이 서민들 밥그릇만 뺏지 말고 죄를 지었으면 응당한 죄값을 치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걸핏하면 전경련과 일부 언론, 학자들은 불경기 탓하며 재벌 때리기 그만하라며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곧잘 이야기 한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갑의 횡포 퇴치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근절이다. 이제 경제민주화를 완화하자거나 속도조절을 하자는 것은 불법과 부정을 용인해달라는 것에 다름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경기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동서고금에 교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오르 내린다. 金玉滿堂(금옥만당) 莫之能守(막지능수) 富貴而驕(부귀이교) 自遺其咎(자유기구). 功遂身退(공수신퇴) 天之道(천지도).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해도 이를 온전히 지킬 수가 없고, 부자가 되고 지체 높은 사람이 되어 교만(驕慢)하다면 스스로 재앙을 자초한다. 따라서 공(功)을 이루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경구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 선생도 사소절에서 有所挾而驕(유소협이교) 淺也(천야), 즉 자신의 힘만 믿고 교만한 사람은 천박한 사람이라며 교만을 경계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재벌총수 일가들과 고액자산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권력과 돈을 이용해 부정입학을 서슴치 않고 세금없는 대물림을 위해 조세회피처를 제집 드나들 듯이 이용한 것은 검찰과 국세청을 비웃으며 국민들을 장기판의 졸로도 안보는 교만과 천박함의 극치다.

교만과 천박함의 끝은 하나다. 패가 망신의 지름길이며 선대로부터 이어 받은 재산까지도 한방에 거덜낸다.

有所挾而驕(유소협이교)는 淺也(천야)라. 일부 재벌 총수 일가들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천박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항상 가슴속에 두고 두고 새겨야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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