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한국은행은 개미들 나설때까지 뭘했나

오늘 예정이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돼 아쉽다. 가뜩이나 꿈에 부풀었던 개성공단 입주자들과 남북 이산가족들이 큰 망실감에 빠졌다. 과거에도 여러차례 회담 직전에 연기됐던 사례들이 많았다고 하니 남북 모두 한발짝 물러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곰곰이 복기하고 화해 불씨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남북회담에 가려 뉴스 한켠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장호 부산금융 지주회장의 사퇴와 한국은행 소송건이다. 부산은행 노조는 부산지역 시민 단체와 연계해 관치금융 철폐와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은행 금융지주에 이어 국민은행과 농협 금융지주 회장에 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려간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3번째다. 상황이 이런데도 항간에는 이번 이회장 후임에 낙하산 인사가 예정되어 있고 이는 경남은행을 받는 ‘빅딜’ 조건이라는 것이다. 완전 소설같은 이야기다.

어찌됐든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금융당국의 외압으로 촉발된 이번 이회장의 사퇴에 대해 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진상 조사를 하고 관련자 처벌과 함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놔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앞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최우선적으로 분리 매각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금융당국의 사퇴 외압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을 고려한 사전 포석이라면 이는 매우 아둔하고 몰염치한 것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분권화에 걸맞게 재탄생해야 하는 지역민들의 오래된 숙원사업이며 시대적인 요구다. 이를 거스리는 어떠한 행동도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쯤되면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해야 한다. 오죽하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섞어가면서 인선을 하라고 하지 않았나. 창조경제와 관치금융은 궁합이 절대 안맞다. 오월동주의 꿈을 꾸는 인사들은 하루라도 꿈에서 깨어나 제갈길을 가길 바란다. 그것이 개인 건강을 비롯해 국익에도 부합되는 길이다.

다음은 한국은행 소송건이다. 지난 4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주식을 상장 폐지시키면서 외환은행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은행은 1,000억원을 눈뜬 장님처럼 고스란히 날렸다. 대신 하나금융지주는 한국은행이 공중에 날린 세금 1,000억원의 이익을 봤다.

그렇다면 막대한 손실을 본 한국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반환해달라며 소송을 하는 등 최소한의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은행은 미동도 않고 힘없는 소액주주 개미들만 땀흘려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 5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을 상대로 주총 주식교환 승인 취소는 물론 포괄적 주식교환 자체가 무효라고 소송을 냈다. 참으로 괴상한 일이 이땅에서 관치금융에 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괴망칙하다.

왜 그럴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김승유 이사장은 지난 MB맨의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둘 사이의 관계 때문에 소송을 기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 온 나라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탈세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데 누가봐도 화성인들이다. 한국은행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하나금융측과 협상을 해야 유리한 입장에서 세금 한푼이라도 더 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법적 조치는 취하지도 않고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짜고치는 고돌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더 이상 범치 않길 바랄뿐이다.

지금 관치금융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민심이 흉흉하다. 한국은행이 계속 미온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답은 하나다. 국정조사를 비롯해 업무 배임이라는 초유의 검찰고발 사태로 한국은행 63년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이제 정부 눈치를 그만보고 국민들 마음부터 읽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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