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제돌이·4대강·외환은행,그리고 환지본처

◆ 4대강·외환은행 사태 자연적 정의에 충실하라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4년만에 제주 앞바다에서 잡혀 돌고래쇼를 해야 했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갈 때 제주 김녕항 해안가 표지석에 새겨진 글씨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방류를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고 남방큰돌고래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그간 제돌이와 춘삼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 서울시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자연은 우리가 손아귀에 넣고 향유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국민 모두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재천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장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다.

◆ 4대강·외환은행 사태 자연적 정의에 충실하라

환지본처(還至本處). 금강경에 나오는 말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환지본처 돼야 하는 것이 어디 자연 뿐이랴. 인간이나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 모두 제모습을 찾을 때 비로서 가치가 더 해지고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고향 바다로 돌아갔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주변을 보면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 하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숭례문을 비롯해 4대강과 외환은행일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재난들 중 손에 꼽히는 인재(人災)들이다.

그 중 4대강과 외환은행은 여러 구석이 비슷하다. 우선 비자금 조성 의혹과 엇갈리는 정치권 셈법, 진상규명을 통한 환지본처다. 지난 10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을 고려해 추진된 것으로 나타나 정치권과 국민들을 대혼란속으로 빠뜨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해 두고 설계되어 건설사들의 대규모 입찰 담함과 시설 관리 비용 등이 증가했고 수질관리의 난맥상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의 발표를 두고 정치권의 셈범은 분열되고 복잡하다. 민주당은 4대강이 드디어 대운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며 전-현 정권의 공동 책임이라고 몰아 세웠다. 민주당등 야권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으로 밀리던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권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MB 정권과 확실히 선긋기 하며 국정원 파동(불법 선거 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에 몰리던 국민적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는 청와대와 달리 새누리당은 내분까지 일며 당청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감사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전모를 낱낱이 밝혀 국민들에게 진상을 알리고 잘못된 점은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오히려 야권에서 청와대의 이 같은 MB 정권과의 선긋기에 당혹스럽다. 사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합작품이었음에도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3번씩이나 감사결과를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신뢰성에 의구심이 간다며 정치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에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서 나타난 의혹들이 해소되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어찌됐든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등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내홍이 깊어가는 느낌이다.

4대강 사업 의혹들을 오래전부터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일간지 기고에서 국무총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선 국토부와 환경부, 수자원 공사, 정치권, 그리고 영혼을 팔아넘긴 전문가 집단들을 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국무총리실의 행태는 피의자를 배심원단에 앉히겠다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누구든지 자기의 사건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자연적 정의를 빗대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장본인들을 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은 요즘 4대강 의혹을 둘러싸고 점입가경이다. 여야와 여여, 당청 갈등 등···. 분명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지켜보는 필자의 마음은 답답해진다. 지난 10년간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서있는 외환은행 사태와 어쩌면 그렇게 똑같기 때문일 것이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1조4천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었다. 3년후인 2006년 여야 의원들의 합의로 국회 차원에서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을 검찰에 무더기 고발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했다.

1년여의 감사원 감사와 6개월여간의 대검찰청 중간 수사 결과는 외환은행 BIS 비율을 조작해 1조원 넘게 헐값에 론스타에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탑깝게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를 고의적으로 회피했다. 외환은행 불법·헐값 매각의 핵심 쟁점사항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였는데도 수사기록 어디에도 산업자본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안나오니 말이다. 청와대의 지시로 철저하게 은폐되고 조작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결과로 밖에 이해가 안된다. 금산분리 원칙을 이렇게 유린한 론스타 게이트는 앞으로 이땅에선 없을 것이다.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놔두고 멀쩡한 위를 잘라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르냐며 항변한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안기부 X파일' 사건과 '론스타 수사 결과'는 동격이다.   

이런 연유로 론스타는 지난 5~6년간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의 비호하에 버젓이 거액 배당금을 챙기며 4조7천억원의 시세차익을 보고 2012년 1월 한국을 유유히 떠났다. 그러던 론스타가 지난해 5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5천억원을 배상하라며 ISD 투자자 국가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무슨 이유에서 였을까.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대가 들어갈 예정인 투자자 국가 소송이 해외에서 버젓이 진행중에 있지만 론스타의 산업자본을 애써 외면했던 대다수 언론들과 영혼을 팔은 여야 국회의원들과 사이비 먹물들 모두 한결같이 꿀먹은 벙어리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론스타 ISD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당시 론스타가 ISD 국제소송을 진행하자 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6개 부처 30여명으로 구성했다.

참가한 기관들 면면을 보면 왜 조용한지 금방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정부지분 43%)인 2003년에 금융 정책을 주관했던 부처(재정경제부)이고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산업자본을 심사하여 매각을 승인했던 주무부서(금융감독위원회)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당사자들이 론스타 ISD 대책팀에 들어가 있으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자연적 정의가 땅에 떨어 진지 오래다.  

어디 이뿐인가. 2003년 매각 당시 조선호텔 10인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재정경제부 과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 유재훈 금융감독위원회 과장은 금융위원회 증선위원회 상임위원, 주형환 청와대 행정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되었다. 오히려 문책 인사를 받아야 할 인사들이 MB 정부에 이어 현정권에서도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론스타와 정부가 적당선에서 얼버무리고 사건을 끝내려고 하는 지 헷갈리기도 하다. 국민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2,3년간 시간을 끌고 가서 대충 합의를 하려는 것 말이다.  론스타 ISD 대책팀에 외부 민간 전문가가 들어가지 않은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수조원대의 국민 혈세가 추가로 들어 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국민 혈세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은 국회 차원의 특검을 통해 매각 진실을 밝히고 론스타 ISD TF팀에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민간 전문가를 반드시 참가시켜야 한다. 7조원대의 국민 재산이 이 땅에서 농락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주문은 약과다. 

◆ 제돌이가 남긴 메시지는 환지 본처였다

론스타 게이트는 주지하다시피 부패한 정부관리들이 도장값을 챙기기 위해 론스타의 산업자본을 눈감아 주고 론스타로 하여금 외환은행 주식 51%를 불법 취득케 하고 2012년 하나금융으로 매각하면서 4조7천여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ISD 변호사 비용만 200억원대가 소요된다. 패소하면 당장 7조원대가 넘는 국부가 날아갈 판인데도 국회 차원의 특검 이야기가 없어 국민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며 폭발 직전이다. 그리고 그 분노의 끝이 그리 멀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제 론스타 게이트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장두노미 형국이며 웬만한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희대의 사기극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18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허태열 비서실장은 외환은행 매각과정과 함께 앞서 언급한 3인의 인선과정을 파악해서 대통령에게 진상을 보고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알베르 까뮈가 언급했듯이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지난 칼럼(2013.3.8자 불상·외환은행·정치권의 환지본처) 지적처럼 4대강과 외환은행의 진실이 무엇인지 대다수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2003년 매각 당시와 지금 여야가 뒤바뀐 정치권은 하루 속히 론스타 진상 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자연이나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것 모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때 아름다운 것이다. 인간에 의해 자행된 4년간의 억류 생활에서 자유의 몸이 된 제돌이와 춘삼이가 이 아침에 던지는 눈물겨운 메시지다. 제돌이의 꿈은 원래 바다였습니다. 환지본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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