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참전용사에게 병역면제 의원 창피하다

한국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참가할 껍니다. 지난 13일 K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내 기억속의 전쟁, 앙카라 학교’ 편에서 팔순 넘은 터키 참전 용사가 한 말이다. 21개 참전국 중 세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병한 터키군은 첫 번째 군우리 전투에서만 전사자 218명과 400명의 부상자, 100명의 포로가 발생했다.

전방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연일 벌어졌지만 터키 군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조금씩 모아 터키 수도 이름을 따 수원에 앙카라 학교를 세웠다. 후방으로 이송된 부상병들이 선생님이 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학생이었다.

그 당시 트럼펫과 섹소폰을 배운 앙카라 학교 출신 20여명의 학생들이 지난달 60년만에 다시 모여 앙카라 학교공원 개장식에 맞춰 브라스 밴드를 연출했다. 한편의 휴먼 드라마로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어찌 터키 군인들 뿐이랴. 한국 전쟁으로 남북은 150만명의 사망자와 360만명의 부상자를 냈고 전 국토가 황폐화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값진 희생으로 한국은 지금 국내 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 규모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유엔군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나라가 유엔 사무총창과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고,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했다.

정부는 27일 정전 60주년을 맞아 18만 명의 생존 국군 참전 유공자에게 호국영웅기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21개 참전국 유공자들은 빠져있어 유감이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아무 연고없는 국가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바쳐 희생한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한다.

더 나아가 참전 유공자 후손들에게도 장학금 지원과 한국 회사 취직 등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해 줘야 한다. 특히 21개국 중 남아공,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인도, 필리핀, 터키, 태국, 그리스 등 8개국 참전국에게도 국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보훈 외교를 통해 국가브랜드 가치가 제고될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자 중 40%가 병역면제를 받았고 국회의원도 18%를 차지 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비율로 고아 수출국 1위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의 고아가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50·60년대는 대부분 전쟁 고아였으나 이후 미혼모의 자녀가 대부분이다.

이런 나라인줄도 모르고 백발이 성성한 21개국 백전의 용사들은 오늘도 한국 전쟁이 일어난다면 또다시 참전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고 학교를 세워 고아를 돌보기 위해서다. 병역면제 국회 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은 참전 용사들에게 제발 창피한 줄 좀 알아라.

지금 참전 용사들 중 일부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며 아직도 힘든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속히 병마와 가난에 시달리는 참전 유공자들에게 의료비 지원과 함께 재정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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