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최태원 회장, SK그룹 위해 등기이사직 사임해야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3년6개월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했다.

SK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동시에 법정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형사 재판이 더 이상 그룹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그리고 SK그룹에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현재 SK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직을 사임할 것을 권고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월 31일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자신의 형사재판에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란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SK C&C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는 무리수를 두었고, 현재까지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도 현재 SK네트웍스, SK E&S 등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사실관계가 확정됐음을 의미하며, 이제 남은 것은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뿐이다. 물론 상고심에서 사실관계 판단에 대한 심리미진 등의 이유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않다.

이러한 실낱같은 가능성에 미련을 두고 경영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주주들이 위임한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1심 선고 당시 회사를 사유화 했다는 재판장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형사사건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회사와 주주에 대한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현재 맡고 있는 모든 SK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해야 한다. 만일 최종 판결에서 자신의 무죄가 확정된다면, 다시 SK그룹 계열사 등기이사로 선임되더라도 이를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최태원 회장 및 최재원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이사직을 사임하지 않는다면, 각 회사의 이사회에서는 이사해임 안건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인신구속으로 인해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고,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를 한 인사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지배구조에 매우 위협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SK그룹도 문제다. 총수일가의 형사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SK텔레콤의 예와 같이,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임직원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제한하는 정관 변경을 SK그룹 전 계열사가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 이사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했고(정관 제34조 제1항 제4호), 지금까지 동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의 이사로 선임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재원 부회장도 등기이사직은 맡고 있지 않다. 물론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총수일가가 등기이사직을 맡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당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기초하여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행하는 위치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이사 결격 사유를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SK그룹과 각 계열사는 총수일가의 반복되는 횡령·배임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하여 적극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실추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