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책소개]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의문장"

김맹호 기자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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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2권 기획의 제1권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강좌 개설 직후 전석 마감! 회사원,주부,대학생,작가,기자,편집자들의 열띤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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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 한국어 글쓰기 강좌1《고종석의 문장》은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공학적 측면을 넘어선 글쓰기 기술의 심원한 풍경이 흥미 진진하게 펼쳐진다.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앞의 여섯 강(講)을 정리한 것이다.

고종석은 매 강연의 절반 이상을 인문 교양과 언어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좋은 글쓰기가 글쓰기 자체의 전문 지식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양과 지식을 좋은 글쓰기의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 과정에서 현대 언어학의 주요 개념 및 이론,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징, 한글의 원리와 의미, 근현대 역사, 정치/시사 상식 등 핵심 교양 강의가 요령 있게 이루어진다. 이는 이른바 '글쓰기 비법' 류의 견해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며,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정직하게 묻는다.

이 책은 총 6강(講)으로 나뉘며 각 부의 한 강(講) 구성은 다음과 같은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인문 교양 - 글쓰기 이론 - 글쓰기 실전"이다. "인문 교양" 파트가 품격 있는 글쓰기의 배경이 되는 교양 지식을 담고 있다면, "글쓰기 이론" 파트는 실제 테크닉과 관련된 원리 및 이론, 그리고 "글쓰기 실전" 파트는 실제 테크닉의 적용을 다룬다.

즉 교양 지식에 대한 강조와 함께 실전적인 조언이 이 책의 다른 두 축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종석은 글쓰기 혹은 문장 자체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즉 "글에는 일단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에 논리가 없으면 명확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으면 독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종석이 보기에 글의 가장 첫째가는 존재 이유는 '생각의 소통'이다.

그가 글쓰기의 실제에서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수사修辭다. 사실 고종석은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을 비롯한 일련의 한국어 크로키 저술에서 독보적인 한국어 표현력을 보여준 바 있다. 기품 있고 우아한 비유, 재치 있는 표현, 적확한 어휘 사용 등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이 책 에서 "수사학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글을 윤기 있게 만드는" 수사의 역할을 조명한다. 특히 그는 수사학을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명료함'의 측면에서도 바라보는데, 이는 그가 글쓰기에 서 '생각의 소통'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퍽 인상적이게 다가온다.

2, 3강에도 등장하는 "한국어답다는" 한국어다운 글쓰기란 무엇인가?

고종석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어에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책을 탐독해왔으며, 또한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이는 곧 그가 정확한 언어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어, 그리고 한국어다운 글쓰기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한국어의 특징을 이론적으로 분명하게 포착하여 설명한다. 이를테면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인 소쉬르의 시니피앙/시니피에 개념을 경유하여 한국어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또 한 시대를 풍미한 언어학자 사피어와 워프의 언어결정론을 전제한 후 한국어 색채어휘의 풍부함에 감탄하는 식이다. 한국어의 특징에 주목하되, 이를 객관적인 언어학의 지형에서 성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국어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물론, 그 나름의 한국어 문장을 짜는 데에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한편, 이 책에는 글을 명료하게 해주는 매우 구체적인 조언이 여럿 제시된다. 몇 가지 유용한 원칙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ㆍ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힘이 생긴다.
ㆍ'-적的'과 '의'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다.
ㆍ복수 표현 '들'을 남용하지 마라.
ㆍ'~ㅁ/음으로써'는 '~아/어'로 고치는 것이 좋다.
ㆍ'~하는 이유는 ~ 때문이다'는 명백한 오문이다.
ㆍ단위를 나타내는 불완전명사는 뒤로 빼라.
ㆍ주어/목적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이 원칙들은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되며, 또 구체적인 사례 위주라 이해하기 쉽다. 특히 '~해라' 식의 독단적 조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차근차근 언어학적인 설명을 해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글쓰기는 수학이나 음악과는 다릅니다. 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다릅니다. 물론 말에 대한 감각, 말을 다룰 줄 아는 능력 같은 게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이나 수학과 달리 이건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40P)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단어를 많이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음성상징이 매우 발달한 언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원을 버리지 말고 한껏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한껏 사용하더라도 적절한 자리에서 사용해야겠지요. 그러면 문장이 한국어다워집니다. (104P)

'문화文化'라는 말은 영어 culture를 일본 사람들이 文化라고 번역한 것이 우리말에 수입돼 우리식 발음으로 읽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문화는 일본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닙니다. 그것은 명백한 한국어입니다. 文化를 '문화'라고 읽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한국어 사용자들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글에서 한자어를 쓰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을 지닐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한자어는 우리말입니다. 명백한 한국어입니다. 사실 한자어를 전혀 안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우리는 두세 문장도 쓰기 어려울 겁니다. (160P)

天을 한국인들은 '천'이라고 읽지만, 중국인들은 '티엔' 비슷하게 읽습니다. 세종이 한글을 반포하며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고 말했죠? 세종은 이걸 참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때까지의 한국어 한자 발음을 되도록 중국어 원음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하니까 소리글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요. 그러니까 '훈민정음'에서 '정음'이라는 건 대체로 중국인들의 발음에 가까운 소리를 말합니다. 그 소리를 백성에게 가르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훈민정음을 만든 겁니다.(250P)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일이 많습니다. 한글이라는 건 문자체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필연적 관련도 없습니다. 물론 한글은 한국어에 잘 맞게, 한국어를 표기하기 쉽게 만들어진 문자체계이긴 합니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는 한글만 한 문자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어를 꼭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313P)

'정몽준 씨는 재산이 많다', 외국어를 조금 아는 분들이 이런 형식의 문장을 '이중주어'니 뭐니 하면서 한국어는 논리가 부족한 언어라고 말합니다. 아주 바보 같은 얘기죠. 이건 한국어 고유의 표현 방식일 뿐입니다. 유럽어를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게 이중주어지, 한국어는 한국어 나름의 표현방식이 있는 겁니다. '걔는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어', 이건 유럽어식 표현입니다. '걔는 얼굴이 예뻐', 이게 한국어다운 표현입니다. (368P)

■이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ㆍ글은 왜 쓰는가?
ㆍ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Ⅰ
ㆍ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 Ⅱ
ㆍJS느님, SNS를 부탁해!
ㆍ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ㆍ고종석과 함께하는 작문 수업

저자소개

고종석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와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전공하고, 서른 해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어루만지다》《언문세설》《국어의 풍경들》, 사회비평집《서얼단상》《바리에떼》《자유의 무늬》《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코드 훔치기》《말들의 풍경》, 역사인물 크로키《여자들》《히스토리아》《발자국》, 영어 크로키《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기자들》《독고준》《해피 패밀리》, 소설집《제망매》《엘리아의 제야》, 여행기《도시의 기억》, 서간집《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책 읽기, 책 일기》, 인터뷰 《고종석의 낭만 미래》 등이 있다. 2012년 절필 선언 이후 '고종석 선집'(전5권: 소설, 언어, 시사, 문학, 에세이)이 기획되었으며, 현재 첫째 권인 소설집 《플루트의 골짜기》가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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