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경제학 교수의 '한국 드라마 개론' .. 클리셰로 가득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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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개론'강의를 개설한 우베 라인하르트 프린스턴대 교수

 

'한국 드라마 개론'강의를 개설한 우베 라인하르트 프린스턴대 교수
'한국 드라마 개론'강의를 개설한 우베 라인하르트 프린스턴대 교수

미국의 한 경제학 교수가 '한국 드라마 개론'이란 수업을 개설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우베 라인하르트'교수는 지난 6년간 매일 한국 드라마를 챙겨본 매니아다. 본업(?)으론 국가 재정과 통화정책,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했지만, 세계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자 남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이 부끄러워져 한국 드라마에 대한 교육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한국에 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강의 내용은 오직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며 떠올린 사고만으로 구성돼 있다. 어찌 보면 한국 드라마에 자주 쓰이는 클리셰(상투적인 표현이나 연출)에 대한 강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첫 번째 수업의 주된 주제로 쓰이는 것은 '사랑하는 두 남녀'와, '그들의 사랑을 반대하는 가족' 특히 부모에 관련한 것이었다. 가령 '한국 드라마 대부분은 혼외정사로 시작하며, 이를 알게 된 어머니들은 앓아 누워 신세한탄을 하지만, 아버지들은 반대로 자식들의 편을 들며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아내를 못마땅해 한다.

이는 부모 간의 결혼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아버지들이 "결혼은 두 사람 간의 문제고, 사랑이 있어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머니들은 두 사람의 결혼이 '가족'이란 커뮤티에 적합한지 여부를 더 크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양 집안의 어머니들이 대면하기도 한다. 주로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만나는데,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다른 손님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두 여자가 주문하는 음식이라곤 물과 주스, 커피 정도에 불과하다. 이 레스토랑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문을 닫진 않을지 걱정될 정도다.

부잣집 어머니는 상대편을 사회적 지위도 없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다며 모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상대편 어머니도 화를 내며 절대 두 사람을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맞선다. 당사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두 모친이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시키지 않겠다는 두 어머니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은 재미있다.

어머니들의 '폭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식의 생각과는 관련 없이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집 앞에서 기다리다 두 커플이 만나는 모습을 잡아내려 하기도 한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고 화도 내지만 어머니를 이길 수 없다. 심할 경우 미국으로 강제 유학을 보내 생이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머니의 허락 없인 절대 결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은 경제적 유인에 크게 반응하며 모든 갈등구도가 발생하는 근본으로 작용한다. 간혹 삼촌이 친구로부터 거액의 빚을 지거나, 고모가 이혼해 처가로 돌아오면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맨스가 워낙 강력란 덕에 종극엔 반대하던 어머니도 결국엔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연출은 마치 남한과 북한이 화해한 것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그리고 신혼 부부가 된 커플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 수업은 가족 구조 외에도 드라마에 주로 등장하는 경제적 신호를 조명한다. 가령 서민층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지만, 부유층은 고급 바에서 양주를 병째로 사서 마신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병원이 시설이 매우 좋은데다, 한국인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만 받아도 병원을 찾는 걸 보니 의료보험 체계가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 연출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며, 클리셰만 활용해 한 국가의 문화에 대한 교육을 하는 건 편향적일 수 있다. 그러나 클리셰가 편견인 건 그만큼 익숙한 사고방식이란 말이 될 수도 있다. 타인의 눈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보는 것이 오히려 클리셰와 편견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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