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럼] 비폭력 집단시위의 미학

인도의 간디는 비폭력 무저항운동을 통하여 영국으로부터 인도의 독립을 견인하였다.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던 이 운동은 많은 시민들의 동참과 인내를 통하여 결국 영국이 인도의 주권과 자치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촛불을 든 시민들의 조용한 집단시위가 수차례 진행되었다. 이런 평화적 시위는 서울과 전국의 주요도시와 한국인과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 그러나 집단시위와 농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질서, 경찰과의 충돌, 폭력이나 사고 등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래와 시민 발언 등 이 등장하는 소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배려의 마음이 곳곳에 나타났다. 어린이와 초등학생들, 중학생들에게 “너희들까지 여기에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유모차에는 길을 터주고 밤바람과 추위를 걱정하여 목도리를 건네주기도 하였다.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는 출구에서 혼란이 빚어질 때 “아이가 있는 가족부터 먼저 나가게 하자”고 하면서 시민들이 서로 양보를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시위대를 막느라고 고생하는 전경들에게 수고한다고 꼭 안아주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시위를 통제하고 있는 젊은 경찰들은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의 자식이요 형제이며 친구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경찰의 마음고생까지 위로했다. “2,30대 젊은이들의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0%인데 의무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젊은이들의 심리적 갈등은 오죽하겠는가?”라고 하면서 방패막이에 꽃스티커를 붙여주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며 질서 있게 행진하는 매섭게 부는 밤바람도, 머리위로 흩날리는 진눈깨비도 주권의 회복을 위하여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시민들에게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웃과 나누는 연대와 웃음이 밤거리를 즐거운 보행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1분 동안 촛불이 꺼진 암흑 속에서 다시 한 두 개씩 촛불이 켜지면서 우리나라에 정치적 발전과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희망이 보이게 되었다.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현상을 두고 정치경제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나라 걱정을 하면서 남긴 말이 생각나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은 1류, 경제인은 2류, 정치인은 3류, 대통령은 4류”라고 하는 말이다. 이는 성숙한 시민들이 보여준 비폭력 평화시위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기 위하여 나온 말이 아닐까. 정경유착을 통하여 경제적 사익을 향유하는 경제인과 정치인, 공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정치인,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후안무치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아닐까.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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