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자기충신에게 대통령이 책임을 미루면 되나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문화체육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구속된 자를 포함하여 무려 18명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중에는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장차관 등의 대통령 최측근 고위공직자가 수두룩하고,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등 대통령과 가까운 지인들이 여럿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청와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자신은 책임질만한 죄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박대통령측이 제출한 13쪽짜리 의견서에 의하면 국회에서 지목한 13가지의 탄핵소추사유는 합당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4개월간에 밝혀진 검찰 및 특검의 수사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수사대상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혐의도 한 두가지가 아니며 적지 않은 사람이 이미 구속되어 있는 마당에 명백한 증거까지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는 박대통령측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정호성비서관에 대한 박대통령의 태도이다. 정호성전 전비서관은 20년 가까이 박대통령을 최측근 거리에서 모신사람이고 그야말로 충성을 다 한사람이다. 지금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되어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정성을 다하여 박대통령을 모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상대적으로 냉혹하기 짝이 없다. 국가기밀 유출은 정비서관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일이지 대통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호성비서관에게 연설문, 말씀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를 최서원(최순씨의 개명이후 이름)에게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최측근 부하의 책임에 대하여 상사로서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두 가지 차원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법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부하가 중대한 업무상 범죄를 짓게 되면 상사는 감독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일반적 법리에 저촉되고, 또한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의 한 사람이 40년 지기 최측근 최순실씨에 대한 문서를 유출하는 것을 과연 몰랐겠는가 하는 점이다. 최순실씨가 각 종의 요직인사까지 관여한 점으로 보아 이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윤리적, 도덕적 문제이다. 훌륭한 장수는 전장에서 행한 업무상의 부하책임을 부하에게만 맡겨두지 않는다. 부하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비록 전쟁에서 패했다고 하더라도 최종책임은 자신에게로 돌린다. 지휘자로서의 통솔책임을 자신이 지고 부하의 책임을 경감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면모이며, 훌륭한 지도자가 지닌 멋이다. 한 때 권좌에 있었지만 현재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최측근 부하들에게 박대통령이 이런 지도자의 멋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