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럼] 철쭉과 장미

4월 말 철쭉은 정말 아름다웠다. 빨간 자태는 도시의 가로나 농촌의 들판길에서 봄의 향연을 아낌없이 펼쳤고 사람들은 봄이 철쭉의 요염한 모습으로 무르익어가는 것을 찬탄하고 만끽하였다.

5월에 접어들면서 싱싱하던 철쭉은 어느새 시들해지기 시작하였다. 빨간 빛깔이 돼색하기 시작하더니 한 차례비가 내리자 꽃잎들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초로의 노인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머리에 조금씩 흰서리가 내리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러다 5월 초 드디어 장미가 제철을 맞게 되었다. 도시 아파트 울타리에나 시골의 담장너머에 장미는 줄지어 빨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자고 나면 빨간 꽃잎은 더욱 농염하여지고 부드러운 봄비에 세수를 한 꽃잎들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철쭉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없었다. 어떤 행인들은 애처로운 철쭉의 모습을 일부러 외면하는 듯하였다.

정권교체기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문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되어 요직을 맡게 된 사람들은 5월의 장미와 같다. 다음 장관이 임명되지 않아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장관들은 4월의 철쭉과 같다. 이런 비유가 꼭 들어맞는지는 몰라도 권력의 속성을 드러내는 데는 그럴듯한 것일지도 모른다.

꽃은 피면 시들고 권력도 시간이 지나면 놓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제행무상이며 유시유종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를 잘 이해하고 권좌에 앉아야 할 사람이나 공권력을 지닌 자리를 훌쩍 떠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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