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럼] 국제정치와 말의 힘

사람의 의사는 말과 글로써 이루어진다. 정치활동 또한 말과 글로써 나타난다. 그 중에서 글은 서는 과정에 생각하고 표현되면 구체적 흔적이 남기 때문에 신중하게 되고 또 다듬는 과정이 있다. 이에 비하여 말은 써서 읽는 경우도 있으나 생각나는 바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글이나 말 모두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대개 말이 더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수가 많다.

요즈음 정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말 중에서 흥미를 끄는 것으로 문정인 특보의 말을 들 수 있다.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어지면 어디 그것을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한 말이다. 이 말은 사드가 방어체계의 일부로써 한미관계를 유지하는데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생각에 따라서는 사드를 한국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방어체계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고, 또 생각에 따라서는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사드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서는 한국과 미국은 국제적 안보관계에서완전한 수평적 관계이니 사드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재논의해 볼 수도 있다고 확대해석할 수 도 있다.

이와 같이 다의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은 문특보의 말을 두고 트럼프대통령이 격노했다느니 워신턴정가가 싸늘하게 변하였다는 분위기가 전해지자 문특보의 말은 정부의 공식적 의사가 아니며 개인의 사견일 뿐이라고 하면서 청와대는 문정인특보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문특보가 한 말의 영향도 두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하나는 한국당 같은 야당에서는 한미동맹을 깰 수 있는 위험한 말이라고 하고, 여당 일각에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러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문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얼마 남지 않은 한미대통령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여하튼 문특보의 말을 둘러싼 소동은 한 개의 정치적 촌극이라고 보아 넘길 수 있지만 여기서 우리는 말이라는 것이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지는 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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